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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믿음은 안녕한가? 연극 <크리스천스>

두산아트센터 제작 루카스 네이스 작 민새롬 연출

극이 시작되면 성가대가 입장하고 이어서 출연 배우들이 나오면서 성가대와 인사하고 자연스럽게 가스펠을 부른다. 교회의 예배가 시작되듯 폴 목사 역을 맡은 박지일 배우의 설교가 시작된다. 교회의 목사처럼 자연스럽고 강직하게 쉼 없이 설교하듯 대사를 쏟아낸다.

이 예배는 매우 뜻깊다. 확장되는 교세에 맞춰 교회를 크게 지으며 생긴 빚을 10년에 걸쳐 청산하고 홀가분해진 날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부목사 죠수아가 폴 목사의 설교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들은 지옥의 유무에 대해 논쟁을 하고 급기야 지옥이 없다면 큰 죄를 짓고 죽은  히틀러도 구원받은 자기들과 같이 있는 것 아니냐 묻는다. 폴은 정성을 다해 답하지만 이미 자신의 생각대로 종교를 규정한 죠슈아에겐 통하지 않는다. 죠슈아는 자신을 추종하는 신도들과 교회를 떠난다.


연극은 종교를 통해 우리의 맹목적이며 자신에게 유리한대로 갖은 믿음과 그 강력한 믿음이 가져오는 소통의 무용함을 이야기한다. 어쩌면 이단과 정교와의 불통일 수 있고 권력자와 힘없는 계층 간의 괴리라고 할 수도 있다.


이 극은 2011년 미국 미시간 주 대형교회에서 있었던 일이 모티브가 되었을 것이다. 교계의 록스타라고 불렸던 마스 힐 바이블 Mars Hill Bible의 담임목사 롭 벨 Rob Bell은 자신의 책 『사랑이 이긴다: 천국, 지옥, 그리고 모든 사람의 운명 Love Wins: Heaven, Hell, and the Fate of Every Person Who Ever Lived』에서 “소수의 선택된 사람만 천국에 가고, 수십억 명의 사람들은 영원한 지옥 불에 떨어지는 게 가능할까?” ‘사랑의 하나님께서 인간의 영혼에 영원한 고통을 선고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지옥의 존재를 부정했고 당장 교계에서는 롭 벨에 대해 ‘성경적 진실에 대한 배교행위’를 했다며 비판했다.


작가 루카스 네이스는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나 목사가 될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자라다 의예과에 진학했다. 타인의 영혼에 대해 걱정하는 일이 갖는 무거운 책임감을 인지했기 때문이다. 믿음은 형체가 없다. 그래서 모두 자신이 원하는 대로 믿는다. 나는 천국도 지옥도 내세도 윤회도 믿지 않는 편이다.


박지일 배우의 열연과 죠슈아 역의 김상보 배우의 연기가 돋보인다. 특히 115분의 공연동안 박지일 배우의 대사량은 90분은 될 것 같았다. 언제나 느끼지만 대사량이 많은 배우들의 대사 실수는 찾기 어려다. 오히려 적은 배우들이 실수한다. 어쩌면 이들은 대사량이 적을 때부터 실수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조금씩 역할의 크기가 커졌을 것이다.


민새롬 연출은 교회의 설교처럼 연기자들이 시종 핸드 마이크를 들고 연기하게 했다. 침실의 대화까지 마이크가 필요 있었을까 의문이 생겼다. 그런데 마이크란 무엇이냐? 일방적으로 말하겠다는 상징 아닌가? 누군가와 소통한다면서 결국 자신의 이야기만 쏟아낸다. 마이크는 바로 이런 상징 아니었을까?


종교를 가졌다면 보시라. 종교에 회의를 느낀다면 보시라. 아니 그냥 보시라. 좋다.

 

두산아트센터 인문 시리즈_권리

루카스 네이스 작

민새롬 연출

박지일 김종철 안민영 박인춘 김상보 출연


#savvy_play_2024 #연극리뷰 #크리스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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