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희 작, 연출
처음 코너 스톤 이철희 연출의 작품을 보았을 땐 다소 당황스러웠다. 마당극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배우들의 과장된 움직임과 있는 힘을 다해 목청을 열어 발성하는 대사 처리로 보는 나까지 몸에 힘이 들어갈 지경이었다. 그런데 이제 이 큰 움직임과 소리가 주는 해학을 알겠다. <진천 사는 추천석>역시 진한 충청도 사투리에 과장된 움직임, 배우들의 열연으로 눈물과 웃음을 동시에 잡았다.
<진천 사는 추천석>은 지명과 관계된 전설 생거진천 사거용인(生居鎭川 死居龍仁)이 모티브이다. ‘살아서는 진천땅이 좋고, 죽어서는 용인땅이 좋다’라는 뜻으로 자기 혼령으로 남의 육신을 살아가야 했던 추천석을 바탕으로 옛말이 생겼다고 한다. 의미는 충청북도 진천군은 물이 좋고(풍수적) 살기 좋고, 경기도 용인시는 묻힐 때에(지리적) 명당으로 낫단 말로도 풀이된다.
용인 사는 추천석 대신 진천 사는 추천석을 데려온 저승사자의 실수로 벌어진 이야기이다. 우여곡절 끝에 용인 사는 추천석의 몸에 진천 사는 추천석을 넣고 그로 인해 생기는 우리가 알고 있는 옛날이야기이니 새로울 게 없다. 옛날이야기에 연극을 입히면 우스꽝스럽거나 학예회 발표 같아 보이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철희 연출은 이 뻔한 이야기에 해학과 풍자를 적절히 담고 마당극에서나 볼법한 유쾌함으로 관객을 무장해제 시킨다. 진천군의 후원을 제작되었나 싶을 정도로 진천의 특징이 잘 묘사되었고 배우들은 몸을 사리지 않고 연기한다. 추천석 역의 조영규 배우는 용인과 진천 추천석 1인 2역을 맡아 사투리와 표준어를 구사하고 오랜만에 연극 무대에 오른 황영희 배우는 저승사자과 스님 역을 맡아 관객을 웃긴다. 이밖에 코너 스톤 연극에서 언제나 볼 수 있는 한철훈, 윤슬기, 정홍구, 곽성은 배우는 물론 10명의 배우가 혼신의 연기를 보여 즐겁다.
이런 연극은 근엄하게 팔짱 끼고 앉아 보기보다 웃기면 박장대소하고 흥겨우면 손뼉을 신나게 치며 즐겨야 한다. 이번 극은 극 중간에 사진도 찍게 하고 끝나면 덕담과 함께 막걸리(후원사인 진천 덕산 양조의 덕산 막걸리)도 주는 동네잔치 같다. <by 혜자>
이철희 작 연출
출연 조영규 곽성은 윤슬기 한철훈 정홍구 백익남 황영희 권겸민 심완준 이강민
음악 이승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