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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행성 쌔비Savvy Aug 04. 2024

연극은 퀴어를 어떻게 다루는가?

서동민 작, 강훈구 연출 연극 <말린 고추와 복숭아향 립스틱>


이 연극은 2023년 국립극단 ’창작공감: 희곡‘에 선정되어 낭독 공연을 한 작품이다. 당시 낭독 공연을 보고 ‘희곡 참 잘 썼다. 무대에 올려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낭독 공연을 연출한 강훈구 씨가 맡아 무대에 올렸다. 내가 만난 그의 첫 작품은 산업재해와 이주노동자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발목>으로 이 희곡을 썼다. 이전에 <폰팔이> <로켓캔디> 등으로 주목받았고 올해엔 <이상한 어린이 연극 오감도:13인의아해가종로를질주하오>란 어린이극을 제작했다.


 서동민 작가는 <말린 고추와 복숭아향 립스틱>의 초고를 2021년, 15주의 과정을 거쳐 장막 희곡을 완성하는 서울연극센터 PLAY-UP 아카데미 희곡창작 워크숍에서 집필하고 낭독 공연과 멘토링 과정을 밟으며 희곡을 발전시켰다.

그리고 유쾌하고 감각적인 연출을 선보이는 영어덜트 연극의 대표주자 공놀이클럽의 연출가 강훈구를 만나 마침내 정식 무대에 오른 것이다.


재개발을 앞둔 2010년의 서울 은평구의 연립주택 남자 최고를 외치는 할머니, 시어머니에게 가스라이팅을 당하는 엄마, 무려 서울대 사범대를 휴학 중인 오빠 규빈 그리고 오로지 가부장적인 집에서 탈출하고자 알바를 하며 재수하는 은빈이 산다. 그런데 오빠 규빈이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고 트랜스젠더임을 알게 된다. 그러나 은빈은 보수적인 가족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오빠 규빈의 커밍아웃을 막아야 한다.


강훈구 연출은 극이 다소 뻔한 훈훈한 가족 드라마나 신파로 보이지 않도록 힘을 쓴 듯하다. 퀴어물은 보는 사람이 주연의 감정에 동일시되도록 억지 감정을 끌어올리는 경우가 흔하다. 그런데 연출은 이런 동일시를 배제했다.


모든 배우는 등장하는 모든 인물을 연기한다. 즉 주요 인물 넷을 네 명의 출연 배우가 의상을 갈아입으며 연기한다. 여자를 남자 배우가 연기하다 갑자기 다시 여자 배우가 연기한다. 의상이 아니라면 극 중에서 성(젠더)을 잃어버리기 십상이다. 배우가 직접 지문을 읽으며 행동을 옮기고 상황을 설명하는 등 일부러 관객이 너무 극에 몰입하지 않도록 한다. 퀴어 정체성을 가진 인물의 삶을 전통적 가족 서사 안에 녹여내며 조금 더 객관적으로 사건을 들여다보게 한다. 결과적으로 115분의 상연 시간이 지루할 틈 없이 지나간다. 재미도 의미도 있다는 소리다. 청소년들이 많이 보았으면 좋겠다.


서동민 작

강훈구 연출

출연  김솔지 남재국 류세일 박은경

공놀이클럽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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