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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인현시장의 술집과 밥집

노동자의 가벼운 주머니 사정을 알아주는 따듯한 곳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다고 퇴근 후술생각이 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한상을 받을 수 있는 음식점이 모여있는 곳을 소개한다. 바로 충무로역 인근에 있는 인현시장(仁峴市場)이다.인현시장은 서울특별시 중구 인현동2가에 형성된 전통시장이다. 이 시장은 1950년대 말에서 60년대 초 사이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되었다. 영화거리와인쇄골목으로 유명한 충무로의 뒷골목에 자리 잡고 도심의 고층빌딩을 끼고 돌아 찾을 수 있는 곳으로 지금도 어린 내가 다니던 이십년 전의 모습을유지하고 있다.

*인현시장, 폭 2미터, 길이202미터, 상점 110여개가 모인 맛의 낙원


인현시장의 입구는 충무로역 8번 출구로나와 진양상가 왼쪽으로 난 골목으로 들어가 다시 오른쪽으로 난 골목에 자리잡고 있다. 시장 입구에서 ‘충무로2길 37’ 주소 안내 표시를 확인할수 있다. 인현시장은 폭 2m(상점들이 내어 놓은 짐들로 실제 폭은 1m를 조금 넘는다) 길이 202m의 골목길에 110개의 점포가 밀집해 있어시장 골목에 들어서는 순간 몸을 최대한 작게 하고 걸어야 한다. 걷다 보면 이 좁은 길로 오토바이가 속도를 줄이고 지나간다.

인현시장에는 유독 밥집과 선술집이 많다.주변에 살림집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작은 사업장들이 생기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그래서 지금은 이곳을 ‘맛의 낙원’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무엇보다이 시장 최고의 매력은 바로 가격이다. 식당에서 직접 만든 반찬과 국 혹은 찌개, 생선구이로 차려낸 백반의 가격은 5,000원에서 7,000원사이에 형성되어 있다. 퇴근 후 술 한잔하기에도 그만이다. 밥집들 대부분은 저녁이면 각자 나름의 솜씨를 발휘한 안주로 술을 판다. 당연히 안주값도 저렴하다. 인현시장에서 맛있는 밥집을 고르는 일은 매우 쉽다. 어떤 식당을 들어가도 평균 이상을 맛을 낸다. 그러지 못하면 입맛 까다로운충무로 인쇄 기술자들의 발이 끊기지 때문에 문을 닫아야 한다. 무엇이 먹고 싶은지 계획을 잡고 시장의 시작 지점부터 끝까지 걸으며 가게들을 살펴본 후 먹고 싶은 음식을 하는 곳에 들어가면 된다. 그것도 어렵다면 점심 때라면 <호남식당>, 저녁 때라면 <우리식당>을찾아보길 권한다.


*호남집, 전라도 시어머니 손맛 이어받는 친절하고 손큰 경상도 아줌마

인현시장을 찾아오는 대로변에도 같은이름을 가진 <호남식당>이 있다. 그곳은 물갈비로 유명하지만 내가 소개할 곳은 아니다. 내가 소개할 <호남식당>은 인현시장내에 있다. 이집의 대표 메뉴는 ‘오징어백반’이다. 살이 통통한 오징어볶음과 생선구이, 그리고 맛있는 계절김치로 차려진 이 밥상의 가격은 1인분6,000이다. 놀랄만한 가격이다. 맛은 어떤가? 호남식당의 사장님은 모습도 곱지만 손맛이 일품이다. 특히 김치 맛이 좋아 맛의 비결을 물었다.

“전 경상도 여자예요. 중매로 결혼을했는데 전라도 남자와 했지요. 시어머님이 워낙 솜씨가 좋으셔서 결혼해 시어머님께 음식을 배웠어요. 지금 제 손맛은 그래서 전라도 손맛입니다. 김치나찌개, 반찬의 양념 모두 전라도식일 겁니다.”

테이블 여섯의 작은 식당이다. 점심시간인12시부터 1시 사이에는 사람이 몰린다. 이 시간에는 기다림을 감수해야하니 1시 이후에 찾길 추천한다. 평일에는 밤 11시 전후에 문을 닫지만토요일에는 점심 이후에 바로 문을 닫는다. 오징어백반은 평일에만 판매한다.


*우리식당, 청국장과 이면수로 낮에도저녁에도 인기만점

<우리식당>근처를 지날 때면구수한 옛날식 청국장 냄새가 발길을 멈추게 한다. 인현시장 내에서도 인기가 높은 식당이며 규모가 크다. 이 집의 인기 메뉴는 점심 된장찌개와 청국장,저녁 이면수다. 특히 청국장은 일품이다. 이 집 청국장은 구수한 냄새가 진하고 끓여낼 때 마지막 단계에 콩가루를 넣어 맛이 고소하고 자박하다.무엇보다 한 끼 5,000원이라는 가격은 놀랍다. 반찬으로 나오는 꽁치조림은 ‘엄지척’ 할만하다. 대부분 식당이 가격이 저렴한 통조림 꽁치를 사용하는데이 집은 통조림 꽁치를 사용하지 않는다. 밥도 주문하면 바로 퍼준다. 스뎅 그릇에 갇혀 있던 밥이 아니다. 식당에서 주문할 때마다 밥을 퍼주는일이 꽤나 번잡한 일이라는 것을 알고 난 후 부터는 밥을 퍼주는 식당에 애정이 특히 더 간다. 이면수도 일품이다. <우리식당>의 이면수는기름에 튀겼다는 표현이 맞다. 고온에 튀기듯 조리한 이면수는 속살이 매우 부드럽다. 술안주 메뉴라 점심시간에는 맛을 볼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저녁 9시 30분을 전후에 문을 닫고 토요일에도 영업을 하니 주말 저녁에 찾을 만하다.


인현시장/ 충무로역 8번 출구 인근,중구 충무로2길 37에서 시작

우리식당/ 중구 퇴계로 41길 39일요일 휴무, 점심~저녁 9:30, 02-2267-7170

호남식당/ 일요일 휴무 단, 토요일은점심시간에만 영업, 점심~저녁 11시, 02-2263-9108


글/윤혜자 출판기획자 도서출판 소행성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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