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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관저의 100시간>, 일본 일? 우리 일?

by 소행성 쌔비Savvy


마당극에 뿌리를 두고 배우로 시작 매년 다수의 희곡을 쓰고 연출까지 하는 오세혁은 이미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작품 역시 이런 그의 특성이 잘 반영되었다. 극은 떠들썩하고 배우들은 종횡무진 달리고 소리를 지른다. 원전이 터지고 쓰나미가 몰려오는 상황이니 당연하다.


연극의 원작은 아사히신문 기자 출신 기무라 히데아키가 쓴 〈관저의 100시간〉으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지진이 발생한 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 46분부터의 국가 권력의 중추인 총리 관저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분 단위로 공개된 일본 총리의 행적을 바탕으로 전개된다. 이 원작에 황나영 작가는 원작에 등장하지 않는 가상의 피해자들을 구성하면서 마지막 장면에 무엇을 남겨야 할지 결정하였다고 한다.


그렇게 등장하는 이들은 레즈비언 커플 미오와 후미에, 소를 키우는 농장주 야마다 가와 가족이다. 어디서도 보호받지 못하는 미오와 후미에 이야기에 관객들은 눈물 콧물 쏙 빠진다.


<관저의 100시간>은 투 트랙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관저 안 사람들의 좌충우돌이 큰 줄거리면 관저 밖에선 생사를 건 투쟁을 한다.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관저 안에서 벌어지는 모습은 슬프고 웃긴 블랙 코미디다. 이들을 보고 있으면 세월호 침몰 시 청와대, 이태원 사고 후 용산 대통령실이 자연스럽게 오버랩된다.


왁자한 마당극 같은 분위기에 눈물이 얹어지는 것은 빈틈없는 연출에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력이다. 이 배우들의 조합을 다시 보긴 어려울 것이다.


연극은 언제나 시공간을 초월해 내게 깨달음을 준다. <관저의 100시간>도 그랬다. 관저 안이 엉망진창이더라도 나는 그 밖에서 또 열심히 내 할 일을 해야 한다.


추천하지만 전회차 전석 매진이다.


원작 기무라히데아키 번역 정문주

작 황나영

연출 오세혁 @fivethreehyeok

출연 김늘메 박완규 최영우 김대곤 유일한 임찬민 류아벨 김려은 이경미 송영미 오현서 김건호 이아진 류동휘


네버엔딩플레이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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