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1986년에 일어났던 월간 <말>지 사건을 토대로 2016년에 오세혁 작가가 썼다. 박근혜 정권 아래 답답한 언론의 보도 태도에 화가 난 작가는 나름의 해결책으로 이 작품을 쓴 게 아닌가 싶다. 나는 이 작품을 여러 차례 보았다. 볼 때마다 극장도 캐스팅도 달랐다. 그래서 매번 진화하는 것을 확인한다.
서울숲씨어터에서 8월 17일 끼지 상연되는 이번 공연은 캐스팅을 눈여겨볼만하다. 쓰리풀 캐스팅이지만 조합이 다양하여 어떤 땐 전 역할을 여자 배우들만 혹은 남자 배우들만 하기도 한다. 내가 본 회차는 혼성이었다. 젠더 따위 연극에선 중요하지 않다.
나는 곽지숙 배우가 연기하는 판사 겸 송원달이 매우 궁금했다. 운동권 학생에서 최연소 학과장으로 그리고 연극부 선배까지, 매우 혼란스러운 상태로 자신과 학생을 지키는 그는 어떤 감정 연기를 펼칠까?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과하지도 너무 유약하지도 않았다. 침착하지만 격정적이었다.
다른 배우들은 어떤가? 사방이 뚫린 무대(개인적으로 이런 무대는 관객도 배우도 힘들다)에 테이블 4개를 이용해 현재와 과거를 오간다. 극은 타임슬랩이 아주 적확하게 이뤄진다. 연극적 요소를 십분 활용한다. 이점이 이 작품의 큰 미덕이다. 잘 쓴 희곡의 힘이기도 하다.
신윤지 배우의 강단 있는 발성, 이강욱 배우의 섬세한 연기, 정단비, 김건호 배우의 생명력 있는 멀티. 김건호와 정단비 배우는 볼 때마다 기량이 성장한다. 김세환 배우는 특유의 유머로 극에 웃음 코드를 선사한다. 임진구 배우는 왜 처음 보지? 안정된 연기가 좋았다.
보도지침은 이젠 없다. 그러나 지금 언론은 과거보다 제 역할을 다하지 않는다. 그러니 이 이야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연극 <보도지침>은 무척 젊다. 희곡도 젊고 메시지도 젊다. 무대에서 펄펄 나는 배우들도 젊다. 보면서 화가 나지만 보고 난 후 잘 보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보도지침은 대학 연극 동아리에서 매우 많이 공연되는 것으로 안다. 그럴만하다. 그리고 그래야 하는 작품이다.
8월 17일까지 서울숲씨어터에 한다. 보시라. 보고 분노하시라.
오세혁 작 @fivethreehyeok
정철 연출
곽지숙 @ji.sook._kwak 이강욱 신윤지 @ddamna89 김세환 @actorsehwan881004 임진구 김건호 @hohohou7990 정단비 @sweet___rain____ 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