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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들이 웃는다의 ‘마주하고 마주하니’

가장 원초적이며 감동적인 이머시브 공연

by 소행성 쌔비Savvy


이머시브(Immersive)는 ’ 몰입‘을 의미하는 단어로, 관객이나 사용자가 특정 환경이나 경험에 깊이 빠져들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연극, 기술,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된다. 연극이나 공연에서 이머시브라 하면 관객의 수동적인 관람대신, 배우와 공간을 자유롭게 탐색하며 서사를 직접 구성하는 참여형 공연이라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공연에 관객도 참여한다는 뜻이다. 아직 관객들에 게 어색하지만 공연계에선 확실히 한 장르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코끼리들이 웃는다의 이진엽 연출이 세종문화회관 SYNC NEXT25에서 선보인 ‘마주하고 마주하니’는 가장 원초적이며 감동적인 이머시브 공연이었다.


관객은 극장에 입장하기 전에 소지품은 물론 휴대폰도 극장 밖에 보관한다. 객석은 의자의 등이 보이도록 동그랗게 배치되었다. 그 객석에 관객이 모두 앉으면 마흔다섯 명의 배우가 입장해 관객을 마주하고 선다. 관객도 마흔다섯 명이다. 배우는 다양한 인종과 연령대로 이들 중엔 장애를 가진 배우도 제법 된다. 관객 앞에 선 배우가 관객에게 두 손을 내밀면 관객은 자석처럼 배우에게 이끌려 손을 마주 잡는다.


손을 마주 잡은 배우와 관객은 어떤 말도 특별한 행동도 없이 서로의 눈을 응시한다. 모든 관객은 출연한 마흔다섯 배우의 손을 잡고 눈을 바라보며 감정을 나눈다. 난데없이 눈물이 흐르기도 하고 웃음이 새어 나오기도 한다. 몸에서 작은 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사람별로 다른 향을 느끼기도 한다. 처음 손을 잡았을 땐 언제까지 잡고 있어야 할지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르다 이내 모든 행동이 자연스럽다.


내 앞에 선 배우 모두는 아름다웠다. 어떤 배우와는 감정을 나눴고 어떤 배우에겐 위로를 받았다. 나 역시 배우들에게 그랬으리라. 특히 내 또래로 보이는 동성의 배우나 돌어가신 엄마 또래의 노년의 배우와 손을 잡고 눈빛을 나눌 땐 묘하게 눈물이 터졌다.


공연이 끝나고 마주 선 배우가 내민 편지를 읽었다. 그의 마음도 나와 같았다니… 나도 파트너 배우에게 편지를 남겼다. 사람의 눈빛이 이다지도 위대했던가? 다정한 위로를 받은 듯했고 용기가 불끈 솟는 공연이었다.


(오은 시인님 @flaneuroh 덕분에 보았고 안창현 @dksckd_ 배우님 나와 반가웠음.)


이진엽 연출

코끼리들이 웃는다 작품 @elephants__laugh

싱크넥스트25 @syncne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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