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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혁신당에 추천한다 연극 <프리마 파시>

이자람, 김신록, 차지연 열연, 나의 선택은 이자람.

by 소행성 쌔비Savvy

피해당사자가 아니라면 알 수 없는 성폭행 그 중심으로 테사가 들어갔다. 연극 <프리마 파시>


프리마 파시 <Prima Facie> 라틴어에서 유래한 법률 용어로 표면상의 진실을 뜻한다. 재판은 법을 기반으로 증거에 의해 표면상의 진실을 파헤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주인공 테사는 넉넉하지 않은 가정에서 나고 자랐지만 영민함으로 최고 수준의 변호사가 되어 승승장구한다. 그는 가해자를 위해 최선의 변호를 한다. 그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상처를 주지만 그것은 일이라 어쩔 수 없다고 여긴다. 그러던 그가 성폭력 강간 피해당사자가 된다. 그리고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스스로를 변호하며 피해당사자의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 변호사가 피해당사자의 입장을 이해할 뿐 가해자는 배심원단에 의해 무죄로 판결 날 지는 싸움이라고 연극은 말한다.


연극은 호주 극작가 수잔나 히스(Suzie Miller)의 1인극이다. 2019 초연, 2022 웨스트엔드 공연으로 주목받고 다양한 상을 받은 작품으로 한국 초연작이며 이자람, 김신록, 차지연이 캐스팅되어 3인 3색의 테사를 연기한다.


내가 선택한 테사는 이자람이다. 이자람은 소리꾼이지만 연극 ‘오일’에서 주연을 맡은 바 있고 판소리로 1인 다역엔 익숙한 배우다. 프리마 파시에서도 그는 1인 다역(10역쯤 될까?)을 노련하게 소화했고 관객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극은 인터미션 없이 2시간이다. 잠시의 휴식 없이 배우는 무대를 휘어잡는다. 무대 전환마저 배우의 몫이다. 이런 작품은 배우가 오버하면 관객이 몹시 피곤하다. 이자람은 열연과 오버의 경계를 아주 정확하게 알고 열연할 뿐 과잉을 보이지 않는다.


연기는 안정적이고 발음은 정확하다. 이자람은 공연을 준비하며 ‘헌법’을 필사했다고 한다. 자신이 관객을 향해 무슨 말을 하고 해야 하는지 안다. 변영주 감독은 배우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은 ‘문해력’이라고 했다. 그는 헌법을 필사하며 법률 문해력을 높였을 것이다.


연극을 보며 자연스럽게 조국혁신당의 성비위 사건이 겹쳐졌다. 기존의 법 시스템이 피해자에게 얼마나 불리하게 작동하는지를 피해자가 아니라면 절대 알 수 없는 그 세계를 연극을 통해서라도 주입시켜 주고 싶은 심정이다.


신유청 연출은 무대를 간결하게 만들었다. 무대 위에는 직사각형 원목 책상 하나, 의자와 램프 외에 별다른 소품이 없으며, 배우가 책상을 직접 움직이며 장면을 전환하는 방식으로 연출했다. 이 연출 방식은 법적 장벽에 맞서는 테사의 모습과 맞물려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극 초반 무대전환 시엔 비교적 쉽게 책상이 움직이지만 뒤로 갈수록 이 책상은 점점 더 무겁고 힘겹게 움직인다.


<프리마 파시>는 관객에게 남긴다. “법은 누구의 편인가?” 조국혁신당 사건 역시 우리 사회에 같은 질문을 던진다. “정치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피해자의 삶에서 그 답을 찾지 못한다면, 어떤 혁신을 말해도 그 정치적 언어는 텅 빈 메아리일 뿐이다.


보시라. 강추한다. 성추행이나 피해자라면 이 연극이 몹시 힘들 수 있다. 트리거워닝이 필요한 작품이다. 다른 배우들의 테사도 궁금하지만 이자람이 몹시 훌륭해 만족!


수지 밀러 작

신유청 연출

이자람 출연 (김신록 차지연)

#연극 #프리마파시 #충무아트센터 #이자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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