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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분명 돼지고기를 싫어했다

돼지 한 마리가 내 밥 그릇에 담겼다_합정역 돼지곰국집 옥동식

난 돼지고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싫어한다. 그런데 옥동식에 올 때마다 난 거짓말쟁이가 된다.

오늘 옥동식은 평소와 달리 버크셔 한 마리의 모든 부위를 사용해 육수를 낸다는 공지가 났다.  그래서 조금 늦은 출근 길에 찾았다.

따뜻하게 담긴 한 그릇 안에는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삼겹살 부위도 보인다. 당연히 비계도 있다. 실파대신 부추를 고명으로 얹었고 고기도 평소보다 두껍게 썰었다. 국밥의 고기 양이 웬만한 고깃집의 수육 한 접시 양과 비슷해 보인다. 국물을 한 숟가락 떠 먹는다. 국물이 달디 달다. 옆에서 국밥을 먹던 청년은 도대체 닭고기 맛의 정체는 뭐냐 물었고 옥동식 요리사는 뒷다릿살이라고 설명해 줬다.



여자들이 국밥을 싫어한다는 편견도 이곳에선 깨진다. 내가 먹던 시간엔 열명의 손님 중 여섯이 여자였다. 대부분 30대로 보였다. 한 여자 손님은 계산을 하며 고기 두께의 변화를 얘기했다. 이미 처음이 아니란 것이다.


옥동식 요리사의 어머님께서 담그셨다는 갓김치는 아주 잘익어 있었다. 덕분에 난 밥을 남김없이 먹었다.


팔 천원에 이런 만족감을 주는 음식점은 흔치 않다.

오늘 난 11시 50분에 도착했고, 내 앞엔 15명이 대기 중였다. 대략 30분 정도 기다렸으니 한 사람을 2분 정도 잡으면 대기 시간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한 가지 음식점의 매력을 옥동식은 모두 갖추고 있다.


옥동식/ 메뉴 돼지곰국(매주 목요일엔 소곰국), 일요일 휴무

매일 제한된 양만 팔기 때문에 너무 늦게 가면 맛보기 어렵다. 점심도 2시까지 영업하지만 보통 1시 쯤이면 준비된 양이 소진된다.


서울시 마포구 영화로7길 44-10(합정역에서 3~4분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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