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애심 임강희 출연, 연극 <기도문_Litanei>
북한의 배우
남한의 주부
그 둘은 서로 만난 적 없고 만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북의 18세 강산과 17세 산하는 만났을 것이다. 강산은 평양의 랜드마크 빌딩을 짓던 현장에서 추락해 산하는 서울 한복판 다리 위에서 등굣길에 생명을 잃었다.
연극 <기도문>은 북의 강산의 엄마, 남의 산하의 엄마의 독백으로 진행된다. 두 엄마는 주고받듯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둘의 시공간은 다르다. 연극은 예기치 않게 자녀 혹은 가족을 맞이한 이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남겨진 이들의 마음은 정치나 사상과는 관련이 없다. 그저 무너질 뿐이다.
임강희 배우가 북의 강산 엄마를 강애심 배우가 남의 산하 엄마를 연기한다. 극 중간에 배우들이 노래로 분위기를 전환하기도 하지만 슬픈 이야기이다. 두 배우의 연기는 말할 수 없이 좋았다. 임강희 배우는 극 중에서 평양의 배우답게 사투리를 구사했으며 아름다웠고 감정의 폭발이 좋았다. 강애심 배우는 아이를 떠나보낸 지 30년이 지나 다소 초연한 듯 담담히 말하지만 깊은 슬픔을 담은 눈빛으로 연기했다. 나는 강애심 배우의 마지막 대사에서 무너졌다.
“행복하세요? 행복하게 사세요. 이땅에선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잖아요.”
그렇다.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당장 오늘 잠을 자다 죽어도 이상할 것 없다. 다만 아쉬운 죽음이 되지 않으려면 오늘을 행복하게 살고 내 주위 사람에게 따뜻해야 한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쌓아야 한다.
이 연극을 하필 10월 29일(3년 전 이태원 참사일)에 보았다. 사회적 참사는 여전하고 런베뮤의 산재처럼 젊은이들이 일하다 죽어 나가는 것도 변하지 않았다.
특이 사항/ 관크가 오진 날이었다. 맨 앞열 중앙, 내 옆으로 앉은 늙은 사내 둘. 코 풍선을 불며 헥헥 소리를 내며 자다 깨어나면 자기 코 앞에서 배우가 연기를 하는데도 휴대폰을 꺼내 느긋하게 보길 반복했다. 배우는 물론 관객에게도 이런 민폐가 없었다. 정말 싸대기를 후려치고 싶었다.
조성우 작 연출
출연/ 강애심 임강희 @kanghee_olive 김도실(피아노)
키위 아트 제작 @keywe_art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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