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의 공작 프로스페라는 동생의 배신으로 권력을 빼앗기고, 딸 미란다와 함께 쫓겨나 무인도에 정착해 마법을 익힌다. 오랜 세월이 흐른 어느 날, 그녀는 마법의 힘으로 태풍을 일으켜 자신을 추방한 동생 일행을 무인도로 끌어들이며 복수의 기회를 맞이한다. 섬에 갇힌 이들은 프로스페라가 설계한 환상과 시험 속에서 각자의 욕망과 사랑, 후회와 절망을 마주하게 되지만, 프로스페라는 복수 대신 용서와 화해를 선택하고 모든 것을 본래의 자리로 되돌린 뒤 자신의 마법과도 작별을 고한다는 매우 사랑스러운 내용의 연극으로 연말 작품으로 맞춤했다.
박정희 연출은 “셰익스피어의 마지막 걸작 <템페스트(The Tempest)>는 그 불안한 항해 속에서도 인간이 끝내 도달해야 할 지점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권력과 배신, 분노와 복수의 감정이 뒤엉킨 소용돌이 속에서, 결국 우리를 구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셰익스피어는 그 답을 ’ 용서‘와 ’ 화해‘라는 인간적인 결론 속에서 찾습니다. 프로스페라는 오랜 세월 복수의 마음으로 세상을 지배해 온 인물이지만, 모든 계획이 완성되는 마지막 순간, 그녀는 마법의 지팡이를 내려놓습니다. 그 선택은 단지 복수의 포기가 아니라, 자신과 세상을 다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행위입니다. 그녀의 용서는 세상을 되살리고, 잃어버린 관계를 회복시키며,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구원하는 힘이 됩니다.”라고 <태풍> 연출의 변을 말했다.
이런 연출의 의도는 나폴리의 왕 알론조에 문예주, 밀라노 공작 프로스페라에 예수정 배우로 여성을 캐스팅하며 확실히 드러냈다. 이는 남성성이 갖는 폭력적 상징성을 여성성이 갖는 용서와 화해로 대치한 것이다. 이런 의도는 아름다운 꽃이 만발한 무대를 통해 극대화되었다.
그러나 큰 갈등이 없는 극은 다소 지루할 수 있다. 이 지루함은 라이브 연주와 노래 그리고 배우들의 활기찬 연기로 커버했다. 다만 주연 예수정 배우의 연기는 정말 실망스러웠다. 컨디션이 안 좋았는지 연기에 힘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소리마저 작았다. 게다가 대사 실수가 너무 많아 보는 내내 화가 날 지경이었다. 배우에겐 여러 차례 공연이겠지만 관객에겐 단 한차례의 공연인 점을 안다면 이렇게 무성의하게 연기를 하면 안 될 것이다.
원작 윌리엄 셰익스피어
번역•재구성 마정화
연출 박정희
드라마투르기 조만수
무대/조명 여신동
음악 장영규
출연
예수정, 문예주, 윤성원, 이경민, 홍선우, 황선화, 성근창, 박윤희, 김나진, 김은우, 구도균, 하재성, 이강호
제작 국립극단 @ntck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