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홉 깊게 보기, 연극 <Zoom in 체홉>

그대, 체홉 어디까지 아는가?

by 소행성 쌔비Savvy

연극 좀 좋아한다면 체홉을 피해 갈 수 없다. 죽은 지 120년이 지났지만 그의 작품은 전 세계에서 여전히 무대에 오른다. 나만해도 체홉의 여러 작품을 다양한 버전으로 보았다. 김연민 작 연출의 이번 체홉은 번외 편이라 해도 좋겠다.


1층에서 티켓을 받고 2층으로 올라가면 배우들이 왁자하게 관객을 맞이한다. 파티장 같다. 배우들과 스몰토크를 하다 배우의 안내에 따라 극이 진행되는 공간을 구경한다. 도서관이며 클럽이 된 극장, 레스토랑이 된 극장 로비, 백스테이지인 분장실이 오늘의 극장이다. 즉 동시에 세 편의 이야기가 극장에서 펼쳐진다.


내가 선택한 곳은 클럽이며 도서관인 A극장, ‘DJ 체홉을 향한 항의’였다. 극이 진행되는 동안 DJ가 음악을 틀지만 들리진 않는다. 책을 실은 카트가 관객 주변을 돌아다니지만 실은 여긴 체홉의 장례식장이다. 체홉의 작품에 등장한 인물들이 장례식장을 찾아 체홉에게 불만을 이야기한다. 독백이다.


배우들은 극장을 돌아다니며 앉아 있는 관객과 눈을 맞추고 대사를 한다. 이 순간이 처음엔 매우 어색하고 불편했지만 극이 진행되며 익숙해지고 오히려 극에 몰입하게 만든다. 신기한 경험이다. 관객 참여형 이머시브다. 돌아다니는 배우가 누구를 연기하는지는 대사에 힌트가 있지만 체홉 작품이 익숙하지 않다면 극에 빠져들기 힘들 수도 있다. 그러니 프로그램이라도 꼼꼼히 읽고 관람해야 한다. 이곳의 등장인물은 바냐 아저씨, 갈매기, 벚꽃동산, 세 자매에서 나왔다.


B구역에선 ‘안톤 체홉의 주방’ C구역에선 ‘종로 갈매기’가 공연되는데 너무 궁금하다. 이 궁금증을 해결하려면 총 세 번을 봐야 한다.


얼마나 체홉을 좋아하고 들여다보면 이런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김연민 연출은 “작년, 유난히 많은 예술가들이 세상을 떠났다. 그 소식을 들을 때마다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따라왔다. 예술가는 떠나면 어디로 가는가. 그리고 작품은 누구의 시간 속에 남는가. 안톤 체홉 역시 오래전에 세상을 떠났지만 작품 속 인물들은 아직도 무대 위에서 살아 움직인다. 이 공연은 체홉과 함께 예술가와 작품, 그리고 그 안에 남겨진 인물들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되었다.”라고 작품 제작 동기를 말했다.


문득 몇 년 전 겨울 홍대아트센터 소극장에서 하루 종일 김연민 작 연출의 체홉 4부작 한국 버전을 보았던 게 생각났다. 그의 체홉 탐구가 멈추질 않길 바란다.


김연민 작 연출

출연_ 강유성 김기붕 김동진 김여은 김이헌 나서 나 윤희 박상훈 서요한 송현빈 양나은 양준명 우다현 윤정 훈 윤지영 이민아 장요훈 장혁 장현 한재욱

시노그라피_ 이화승

PD_김언

제작_ 스토리 포레스트 @story.forest

후원_ 더줌아트센터 @the_zoom_arts_ce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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