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멸종위기종>

시선이 향하는 곳에 마음도 향했던가?

by 소행성 쌔비Savvy

동물원의 조류실, 멸종위기종을 촬영하는 사진작가 반우의 전시를 홍보하기 위한 잡지 촬영이 진행될 예정이다. 사진 촬영은 반우의 어시스턴트 은호가 맡는다. 반우는 ‘은호야 은호야’ 달랑 이름만 부르지만 은호도 상업사진을 찍을 땐 실장님으로 불리던 작가다. 동물과 같이 촬영할 신인 모델이 오고 잡지사 에디터가 온다. 그리고 이 작업에서 멸종위기종 새를 돌볼 조류 사육사 정연까지 모이면 이곳은 촬영 현장이 아닌 눈치와 힘이 교묘하게 섞인 전쟁터이다. 촬영 중 멸종위기종 유리딱새 대역새인 사육사 정연의 반려새가 죽는 사건이 벌어진다. 이 장면을 포착한 은호의 사진이 잡지의 메인 컷으로 실리며 주인공이어야 할 반우의 사진보다 더 관심을 받는다. 은호는 우쭐하고 잡지 에디터는 이런 은호를 한껏 고양시켜 이슈의 중심에 놓는다. 이런 상황이 반우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어떤 생명체는 어떻게 멸종을 맞이하는가? 기후 변화에 의해서이기도 하지만 시선에 의해서이기도 하다. 아름다우면 아름다워서 희귀하면 희귀해서 관심을 받고 관심은 소비가 되고 이 소비로 종은 멸종되거나 그 위기에 선다.


그렇다면 우리는 ‘시선’을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우리의 시선이 향하는 곳은 어디이며 그 도착점에 어떤 마음을 보냈는가 말이다. 멸종위기종을 찍으며 유명세란 힘을 지닌 사진작가 반우, 그의 어시스턴트지만 이미 베테랑인 은호, 이 둘의 촬영대상인 새를 보호하는 사육사, 모든 자원을 활용해 어떻게든 관심사를 만들려는 매체의 에디터, 중간에서 어쩌지 못하는 모델. 모두 다른 욕망을 가졌고 당연히 그들의 시선이 향하는 곳도 다르니 이야기도 많았다.


한 인터뷰에서 황정은 작가는 ”각 인물들의 입장 즉 ’시선의 차이‘에 주안점을 두었다. 사진작가·모델·에디터·사육사 등 서로 다른 위치에 선 인물들의 시선이 교차되고, 그 간극이 어떻게 벌어지는지 보여주는 게 중요했다. 우리가 의식하지 못한 시선이 우리의 삶에 침투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제목 ’멸종위기종‘은 시선에서 밀려난 존재, 주목받지 못해 사라지는 존재들, 점점 다양성을 잃어가는 인간 사회를 떠올리게 하는 단어라고 생각했다. 시선이 위협이 되고, 판단이 되는 상황 속에서 우리가 바라보는 것이 무엇인지, 한 곳을 향한 시선의 뒷면에서 사라지는 것은 무엇인지, 어쩌면 그것이 우리 인간은 아닌지 질문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작가의 인터뷰를 찾아 읽어보니 한 작품에서 왜 이렇게 이야기가 많은지 이해할 수 있었다. 연극은 욕망만 있을 뿐 시선이 향하는 대상에 대한 배려 혹은 존중은 없을 때 처하게 되는 현실을 말하는 것이다. 촬영 현장과 그 현장의 조율자였던 경험이 있어 연극을 보는 내내 내 입장과 시선을 대입하느라 마음이 분주했다.


사진작가의 이야기라 카메라도 많이 촬영 과정과 결과를 보여주는 이미지와 영상도 적절히 사용되었다. 신경질과 짜증이 오가는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다. 배우들의 딕션은 정말 중요하다. 최희진 신윤지 배우의 섬세한 발성과 정확한 발음은 이야기에 깊이를 담는다. 박용우 배우를 정말 오랜만에 보았는데 강남 스튜디오 실장님 그 자체였다.


재미있게 본 것 같은데 전반적으로 이야기가 많아 정작 집중해야할 주제에는 깊게 다가가지 못하고 어정쩡하게 커튼콜을 맞는 기이한 경험을 했다.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객석은 정말 최악이다. 의자도 불편하지만 좌석 간 간격도 좁아 온몸을 웅크리고 관람해야 한다. 이런 환경에서 120분을 견디는 것은 곤욕 그 자체다.


황정은 작

윤혜진 연출

최희진, 박용우, 송석근, 신윤지, 최도혁 출연

나승열 사진

프로젝트집단 세 사람 작품 @project.group_3

세 사람은 황정은 작가 최희진 배우 석재원 프로듀서


창작산실 올해의 시작 @arkose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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