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사빈 작연출 연극 <방랑자>

사랑한다면 글로 써라 그리고 말하라

by 소행성 쌔비Savvy


나는 왜 연극을 볼까? 좋아하는 건가? 이런 생각을 많이 한다. 연극엔 내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진다. 시공간이 뒤집혀도 누가 뭐라 하지 않는다. 죽은 사람이 옆에서 동무를 해줘도 문제가 없다. 이런 세계로 기꺼이 빠져드는 즐거움은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모른다. 홍사빈 작연출의 <방랑자>는 바로 이런 내 마음을 읽은 듯한 작품이다.


박스에 담긴 아이를 극장의 사람들이 발견하여 이 아이 영은 극장에서 자란다. 자연스럽게 배우를 꿈꾸지만 재능이 없음을 깨닫고 배우들에게 대사를 전달하는 프롬포터로 산다. 그의 곁엔 극작가 무가 있다. 무 역시 아직 작가로 데뷔하진 못했다. 그러던 중 영과 무는 전쟁에 징집당하고 반란자를 색출하는 임무를 맡는다. 순수한 이들에게 반란자 색출은 그야말로 지옥보다 잔인한 일, 무는 이 일이 너무 어려워 스스로 반란자가 되어 죽음을 맞는다. 홀로 남은 영, 그는 심지어 마을로 파견되어 반란자를 찾아야 한디. 그가 도달한 곳은 작가도 제대로 된 배우도 없는 마을의 극단이다. 연극은 바로 이곳에서 벌어지는 지극히 연극적인 세상이 연출된다.


홍사빈 연출은 이 작품 이후로 당분간 연극 연출은 하지 않을 예정이란다. 다른 일들을 하기 위함이란다. 그래서인지 이 작품은 그가 연극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 보여주고 싶은 미장센들을 담아냈다. 영상이 적절히 사용되고 말로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는 감정은 움직임으로 표현했다. 마지막엔 영화의 엔딩크레디트처럼 참여자들의 이름이 커튼으로 흐르고 영은 그 모습을 객석에 앉아 바라본다. 이 장면이 너무 감동적이어서 눈물이 절로 나온다.


홍사빈 작가는 이 작품에 “연극을 사랑했던 마음을 담았다. 연극이 아니면 표현되지 못할 것을 눌러 담았다. 행복한 연극을 볼 수 있다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말했다.

홍사빈 작연출 작품이나 홍단비 연출 작품엔 언제나 커튼콜 끝에 전 출연진이 아주 큰소리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한다. 이 인사는 어떻게 시작되었냐 물었다. 홍사빈 작가는 ‘조씨 고아 복수의 씨앗’ 출연으로, 홍단비 연출은 이 작품을 제작한 마방진 단원이어서 매우 자연스러웠다고 한다.


이 작품은 연극을 향한 홍사빈의 연서다. 연극을 좋아한다면 꼭 보시라.


홍사빈 작 연출 김희경 공동연출

권윤영 서동재 오원권 최윤서 홍사빈 권용찬 이호 정예지 김민서 장신희 출연

한양레파토리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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