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에 맞춰 김치와 장을 담는 나, 자랑스럽다
지난 밤부터 새벽까지 지리산 자락엔 비가 몹시 내리고 바람도 게세게 불었습니다.
일 관련해서 논의를 한다는 것은 핑계, 내 음식의 뿌리 같은 곳 고은정 선생님의 ‘맛있는 부엌’의 음식이 몹시 그리웠던 것이 본심이었습니다. 조금 천천히 버스를 타도 괜찮았는데 굳이 이른 시간에 시외버스를 탄 이유이기도 합니다. 부엌에 도착하니 역시 선생님께서 맛있는 밥을 내어놓으셨습니다
이 밥은 각각 해산물밥, 미역취나물밥, 능이송이버섯밥입니다. 흰쌀밥만도 맛있지만 이런 밥은 세상 어떤 음식과도 바꾸기 어려운 맛입니다. 하는 수 없이 고구마순김치고등어조림과 함께 이 세 가지 밥을 모두 먹느라 난 밥을 세 공기를 먹었습니다. 그제서야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전 지리산 ‘맛있는부엌’의 제철음식학교에서 1년간 우리 음식을 배웠습니다. 일년동안 한달에 한번 이곳에 내려와 1박 2일 동안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밥짓기, 제철 재료로 반찬 만들기, 그 계절에 맞는 김치 담그기, 장 담그기를 배웠습니다. 남들은 이름도 외우기 어려운 외국 음식을 배울 때 내가 택한 것은 바로 이 평범한 우리 밥상의 음식였습니다 .
지금 난 밥을 맛있게 짓고 계절에 맞춰 김치와 장을 담급니다. 모두 제철음식학교 고은정 선생님 덕분입니다. 이 과정을 처음 기획하고 사람을 모으며 선생님이 과정을 이끄시게한 제가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그리고 난 제철음식학교를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자랑합니다. 일년 간의 이 과정을 마치고 나면 분명 자신이 지랑스러울 것이며 밥상은 아주 자연스럽게 변할 것이라 확신합니다.
지난 밤엔 이런 여러 생각에 마음에 바람이 불었고 그 바람엔 또 작은 열정이 묻어 있었습니다. 짧은 방문을 마치고 서울로 올라가는 제 손에 고은정 선생님께선 그 귀한 제주산 갈치를 쥐어주셨습니다. 친정이 없는 제게 선생님의 이런 마음은 친정과 같이 느껴집니다. 그래서 종종 지리산 자락을 찾게되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선생님께서 맛있는 부엌에서 1분 거리에 숙소도 마련해 두셨으니 어쩜 전 더 자주 이곳에 내려오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