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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은 축제이며 잔치이다

고은정의 제철음식학교에서의 김장 함께 담기는 언제나 즐겁다.

1박 2일간 김장을 했다.

고은정 선생님 레시피가 워낙 정확해 이제 혼자서도 할 수 있을거라는 자신감도 어느 정도 생겼다. 그럼에도 김장철이 다가오면 나는 팀을 꾸린다. 워낙 김치를 좋아하고 좋은 김치의 가치를 아니 그 좋은 김치를 같이 먹고 싶은 마음에 오지랖을 부리는 것이다. 지난해 분명 올해부턴 오지랖을 부리지 않겠다 각오했는데 시즌이 다가오니 다짐을 까맣게 잊고 김장팀을 꾸렸다. 그런데 그 팀은 약속을 일주일 앞두고 파토가 났다.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김장날이 되었고 가는 날이 장난이라고 첫눈까지 내렸다. 다행스럽게도 김장을 하는 지리산엔 눈이 내리지 않았고 덜 추웠다.


고은정 선생님의 제철음식학교인 맛있는부엌에 도착하니 절인 배추 박스가 아찔한 높이로 쌓여있었다. 김침소에 쓰일 큰 무와 동치미에 쓰인 작은 무도 하얀 빛을 자랑하고 있었다. 다듬어야할 갓, 쪽파, 대파 등도 빠지지 않았다.


눈이 내린 탓에 도착 시간이 조금 늦어졌지만 목빼고 기다리던 선생님의 밥을 먹고 김장을 시작했다.


먼저 재료를 손질해야 한다. 김치소용 무는 무청을 잘라내고 깨끗이 닦아야하고 동치미용 무는 무청을 서너개 남기고 손질해야한다. 쪽파, 미나리, 갓 등은 모두 깨끗하게 씻은 후 물기를 빼고 용도에 맞게 잘라야 한다. 보통 일이 아니다. 그러나 뭐니 뭐니해도 김자에서 최고 난이도 높은 일은 무채를 써는 일이다. 손쉽게 채칼을 쓰기도 하지만 우리는 채칼을 사용하지 않는다. 채칼은 자칫 손을 베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김장 1일차에 모든 재료를 손질하는 것으로 마무리 했다.

2일차, 절인 배추를 박스에서 꺼내 물기를 빼고 김치양념을 만들기 시작했다.

고은정 선생님의 김장 김치 양념은 찹쌀 풀이 아닌 소고기 곰국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소고기 곰국을 기본으로 김치를 담그면 그 감칠맛이 찹쌀 풀로 담근 것과는 비교가 안된다. 소고기 곰국에 잘 간 생새우, 멸치액젓, 고춧가루, 배즙 등을 넣어 양념을 만든다. 이 양념에 손질한 무채와 쪽파, 갓 등을 넣어 김치소를 만들면 주요한 일을 끝나는 것이다.

양념이 다 만들어지면 이제 버무리면 된다. 적당히 등분한 배추의 겉면을 아래로 두고 배추의 바깥쪽부터 안쪽으로 양념을 바른다. 양념의 양이 너무 과해도 부족해도 안된다. 과하면 짜지고 부족하면 싱겁고 색이 이쁘지 않다. 선생님께서 제공한 레시피로 김치를 담그면 그 양이 아주 정확하게 맞는다.

김장김치를 버무리고, 굴 깍두기를 담고, 알타리 무 김치도 담갔다.

백김치와 동치미는 선생님께서 재료를 모두 준비해 주신다. 이 재료를 서울로 들고와 동치미엔 염도 3프로, 백김치엔 2프로의 소금물을 붓고 숙성을 시키면 된다.


김장 김치는 보관도 몹시 중요하다. 처음부터 김치 냉장고에 넣기보다는 일단은 상온에서 김치 국물이 익을 때까지 두었다가 김치국물이 익으면 냉장고에 넣고 숙성을 시키면 오랫동안 아주 맛있게 김장 김치를 먹을 수 있다.


김장은 고되지만 잔치같고 축제같다. 그래서 매년 날이 추워지기 시작하면 나는 김장을 계획한다. 벌써 3년째 고은정의 제철음식학교로 가서 고은정 선생님의 지도로 김장을 담고 있다. 아마 내년에도 추워지기 시작하면 선생님께 김장 일정을 묻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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