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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 비둘기는 여전히 집을 잃고 있다

마당 넓은 집 헐리면 그 자리엔 개성없는 빌라 지어져

김광삽 생가 안내문과 현재 그 주소지에 들어선 빌라. 언덕 위 빌라가 생가터에 있는 빌라다.


시인 김광섭은 1961-66년까지 성북동에 살았다고 한다. 이 시기에 성북동 개발에 대한 시 ’성북동비둘기’를 썼다.


주소에 따르면 그가 살았던 집은 큰길에서 골목으로 들어와 언덕의 삼거리에 있었다. 그는 성북동에 와 다른 이들과 똑같이 산비둘기를 내쫓고 산을 깎아 집를 지었을 것이다. 전망을 노린 것은 아니었지만 전망도 좋았을 것이다.  


그의 집이 지어지고 그 위로도 산을 깎아 크고 작은 집들이 지어졌을 것이고 지금 우리 부부가 사는 집도 그런 집 중 하나였을 것이다.


그러나 김중업이 지었다는 김광섭의 집은 이제 흔적도 없고 대신 개성도 매력도 없는 빌라가 들어섰다.


봄이면 목련이 여름이면 넝쿨 장미가 곱던 우리 동네 마당 넓은 집도 빌라로 변했다.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지 않는 것은 다행이지만 성북동의 마당 넓은 집들이 헐리면 하나같이 못생긴 빌라가 들어선다.


서울 한복판에 올망졸망 골목이 살아있는 단독주택 단지는 한옥마을이 아니면 안되는 것인가?


오늘도 성북동은 마당 넓은 집이 헐리고 성냥갑같은 빌라가 지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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