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멋 내기의 최종은 다이어트

쉰 살의 다이어트_김행자 선생님의 옷을 샀으니 살을 빼자

구매한 옷 중 오늘 입은 재킷과 착용샷

20대엔 제법 멋을 내고 다녔다. 백화점에서 옷과 화장품을 샀다. 30대로 접어들면서 살이 찌기 시작했고 살이 찌면서 멋내기를 포기했다. 40대도 별로 다르지 않았다. 옷은 유니클로에서 대충 사서 입고 신발은 운동화나 플랫을 신기 시작했다. 점점 멋과 멀리 지냈다. 그러다 재작년부터 다이어트와 운동을 시작하면서 조금 살이 빠져 66이던 옷 사이즈가 55로 진입하기 시작했고 마침 김행자 디자이너 선생님도 알게 되었다.


김행자 디자이너, 우리나라 패션 특히 부티크 패션의 선두이며 상징과도 같은 분이시다. 명동에서 맞춤 의상실을 열며 패션계에 발을 들여놓으셨고, 70~80년대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장악하던 배우들은 선생님의 옷을 줄을 서서 입었다. 당연히 명성을 누렸다. 연세가 들며 은퇴를 하셨지만 은퇴 후에도 자양동에 작게 샵을 열고 단골을 위해 옷을 디자인하고 지어주셨다. 80대에 접어들어 이제 샵을 지키는 것도 피곤하시다며 남아있는 옷을 정리하시기 시작하셨고 오늘(2019년 3월20일)은 그 샵의 마지막 날이다.


나는 어제 배우 둘과 김행자 선생님의 샵에 방문했다. 더 이상 옷을 짓지 않으신다니 서운한 마음이 들었지만 파격적인 할인을 해주신다니 이 기회에 선생님 옷을 몇 점 가질 수 있겠다는 기대감도 컸다.


설레는 마음으로 샵에 들어섰고 매장의 이 옷 저 옷을 입어보았다. '옷이 날개!'. 멋진 옷을 입으니 나도 덩달아 멋있어 보였다. 같이 간 배우들은 입는 옷마다 신기할 정도로 잘 어울려, '역시 배우는 배우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무엇보다 내가 고른 것은 내 맘에는 들었지만 입었을 때 태는 나지 않았다. 반면 선생님께서 추천해주신 옷은 '이게 나에게 과연 맞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입으면 맘에 들뿐만 아니라 태가 났다. 선생님께선 옷을 추천하시며 어떻게 응용을 해야 하는지도 조언해 주셨다. 덕분에 올해 지출할 옷 값을 모두 지출하고 샵에서 나왔다.

선생님 옷은 소재와 바느질이 매우 좋고 유행을 타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몇 년을 입어도 질리지 않으며 대를 물려 입기도 하는 옷이다. 이런 옷 몇 점은 스파 브랜드 옷 몇십 점을 갖는 것보다 가치있고 활용도도 높다. 


무엇보다 선생님 50년 패션 역사를 고스란히 내가 입는 것 같아 우쭐한 기분이 들었다.


어제 구매한 재킷과 조끼를 더 멋스럽게 소화해내기 위해 앞으로 더 가열차게 다이어트를 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인바디가 보여 준 간헐적단식의 효용성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