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일요일 오전의 풍경

2019년 8월 25일 일요일 오전 우리 부부의 시간

by 소행성 쌔비Savvy

남편과 오늘 아침엔 동네를 한 바퀴 돌고 아점을 먹자고 약속했다. 집에서 나와 북악산책로를 지나 대사관로를 걸었다. 저택들이 모여있는 성북동의 대사관로와 선잠로는 골목이 매우 넓지만 인도는 없다. 모두 차를 이용해서 움직이니 아예 인도에 대한 배려를 하지 않은 것이다.


아침은 성북동돼지불백에서 먹었다. 동네에 늘 같은 밥을 유지하는 밥집이 있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쌈채소를 넉넉히 주니 더 좋다.

밥을 먹다 남편에게 다음 달 수영장 등록을 했냐 물으니 까맣게 잊고 있었단다. 날짜를 보니 마침 오늘이다. 밥을 먹고 서둘러 체육관에 가보니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동네 주민이 다 모여있는 것 같았다.


남편은 등록을 위해 번호표를 뽑고 절망적인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220번. 접수 진행 번호는 3번인데 말이다. 그래도 기다려 보기로 했다. 번호표와 등록카드를 내게 맡기고 남편이 화장실에 간 사이 나이 드신 아주머니가 내게 몇 번이냐 물었다. 220번이라 말씀드리니 본인 번호표를 주셨다. 따님이 등록을 마치셨다며. 그런데 이 번호표 무려 67. 등록 진행 중인 번호는 50. 남편에게 급하게 톡을 했다. 똥 끊고 얼른 와!!!!

뭔가 내가 착하게 살아 생긴 행운 같아 남편에게 잘난 척을 마구 하며 보내는 평화로운 일요일 오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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