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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과 내 몸에 맞는 음식 찾기, 고은정의 약선음식학교

자연의 이치 따라 맛있고 건강한 우리 음식을 밥상에 올린다.

수업에서 배우고 차린 밥상

늦게 결혼하고 내 생활에서 가장 많은 변화가 생긴 게 있다면 식생활이다. 난 미식가도 아녔고 먹는 것을 그리 즐기는 사람도 아녔다. 술이나 마셨지.

결혼 후, 음식을 대하는 나의 태도가 가족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깨닫고 음식을 배우러 다니기 시작했다. 백화점 문화 센터 인기 강사의 수업부터 이론수업은 물론 허세가 가득한 수업까지 돈을 참 많이도 썼다.


이런 과정을 겪으며 내가 내린 결론은 한국음식을 배우고 싶다면, 아니 내 식생활을 자연스럽고 건강하게 꾸리고 싶다면 지리산 실상사 인근에서 <맛있는 부엌>을 운영하는 음식 활동가 고은정 선생님의 <제철음식학교>가 답이란 결론에 이르렀다.


고은정의 제철음식학교는 한 달에 한번, 주말 1박 2일 동안 수업을 진행한다. 다양한 지역에서 모이는 수강생을 위한 배려다. 1년 총 24강의 수업이 진행된다. 이 과정 중 24종류의 김치, 24종류의 밥을 비롯해 제철 식재료로 만드는 반찬 등 총 100여 가지 우리 음식의 핵심 요리법을 배운다. 난 2년 전에 이 과정을 졸업했고 이번에 심화과정인 <약선음식학교>에 입학했다. 가을학기는 9월 시작인데 난 10월부터 시작했고 주말동안 첫 수업을 들었다. 위 사진은 10월 약선음식학교 수업에서 차린 밥상이다.


맛있는부엌 인근의 실상사. 계절 변화를 보는 것만도 좋다.


‘약선음식’의 약선(藥膳)은 식재와 약재로 구성되어 있으며 약 약(藥)과 음식 선(膳)을 합친 말로 “약이 되는 음식이란 뜻”으로 질병의 예방과 치료에 도움이 되는 입에도 즐거운 음식이란 뜻을 포함한다. 따라서 계절과 음양오행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음식을 먹고 건강을 지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따라서 약선음식학교의 수업엔 식재료와 우리 몸과 절기에 대한 이론 수업이 선행되고 이후 시연과 실습이 진행된다. <제철음식학교>가 교양 필수 과정이라면 <약선음식학교>는 전공 필수라 할 수 있다.


     1박 2일간 진행되는 수업, 선생님들께서 두번 째 날  아침 밥상을 차려주신다.
수업엔 언제나 최상의 식재료를 사용한다.

수업 중엔 식재료가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과 우리 몸과의 관계 그리고 식재료 본연의 특성을 자세히 배운다. 이번 달엔 능이, 송이버섯, 더덕, 인삼 등에 대해 배우고 이 식재료를 활용한 음식을 배웠다.

능이탕, 송이차, 더덕장아찌 무침, 구기자호두인삼밥 등 모두 음식을 하는 방법은 까다롭지 않고 건강에도 좋은데 우리가 흔히 접하지 않았던 음식들이었다.

고은정 선생님 레시피의 최대 장점은 요리법에 치장이 없고 쉽다는 점인데 약선요리에도 이 점이 그대로 반영되었다.

더덕과 인삼
난생 처음 보는 식재료, 육안으로 확인하는 쌀의 품종 비교 등도 참 좋다.

밥이면 밥이지 뭐  특별할 게 있냐고 하는 사람은 고은정 선생님의 수많은 밥 요리를 맛보아야 한다. 오죽했으면

 <반찬이 필요 없는 밥 한 그릇>이란 책을 내셨을까!

이 수업의 또 다른 매력은 매달 변하는 지리산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5분 거리에 있는 실상사 경내를 산책하는 즐거움도 크다.


맛있는부엌 외관. 소박하지만 세상 어디에도 없는 맛있는 음식이 그득하다.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나는 11월의 밥상과 실상사를 벌써 그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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