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괜찮은 작가 발견의 기쁨

김혼비 <아무튼 술>, 세상 무용한 것을 유용하게 만드는 글쓰기

by 소행성 쌔비Savvy

나도 술을 참 좋아한다. 그리고 자주 많이 마신다. 매일 다이어트를 결심하고 매일 술 때문에 그 다이어트를 포기한다.


나와 다른 한 사람이 있다. 그는 여자이다. 그가 좋아하는 일 중 하나는 축구다. 그는 축구를 하다 허벅지 인대가 파열되어 세달 동안 술을 마시지 못했다. 그리고 자신의 피부가 꿀 피부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그러나 이제 괜찮다는 말을 듣자마자 술을 마셨고 꿀 피부에는 다시 울긋불긋 뾰루지가 올라왔다. 하지만 그는 피부대신 술을 선택했다. 그도 술을 좋아하고 나도 좋아하지만 그는 술을 마시고 책을 썼고 나는 술을 마시고 그냥 또 마시기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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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혼비는 축구를 소재로 글을 쓴 작가 닉 혼비에서 자신의 필명을 따올 만큼 축구를 좋아한다. 그래서 이미 그의 전작에는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도 있다.


독서모임에서 읽을 책으로 <아무튼>시리즈를 추천하고 나는 <아무튼 술>을 읽기로 했다. 최근 나온 아무튼 시리즈 중 가장 좋다는 소문이 자자했기 때문이다. 고백하자면 난 아무튼 시리즈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뭐랄까? 이야기를 하다 만 책 같다고 해야할까? 그래서 초기에 나온 아무튼 시리즈 몇 권을 들춰보다 포기했다.


그런데 <아무튼 술>은 달랐다. 첫 장부터 재미있다. 그의 첫 술의 시작은 수능 100일을 남겨두고 마신 '백일주'로 시작한다. 이렇게 시작된 술은 20년 동안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작가는 술을 많이 마시지는 못하고 주사도 없다. 심지어 이렇게 오래 술을 마셨음에도 주사를 부렸다고 생각하는 것은 4번이라니....이것은 술 마시는 사람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 책에는 개인의 연애, 우정에 대한 생각, 세상을 바라보는 눈, 개인적인 취향까지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리고 <아무튼 술>은 아무튼 재미있고 작가는 글을 참 잘 썼다.


그리고, 나도 이 작가 못지 않게 마셨는데 책으로 쓰자면 이 작가보다 더 두껍게 쓸 이야기가 많은데 난 쓰지 못한다. 그게 작가와 나같은 일반인의 차이다.


무엇보다 세상 무용한 일인 술마시기를 세상에 재미있는 이야기로 담아 책을 쓰는 유용한 일을 해낸 김혼비 작가의 앞으로 글이 기대된다.

더불어, 세상 무용한 일도 유용하게 만드는 일이 있다면 그것은 '글쓰기'가 아닌가 한다. 나의 무용한 것에 대한 독서와 공부도 이렇게 글로 적으면 매우 유용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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