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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행성 쌔비Savvy Nov 13. 2019

아흐레째, 서른 날까지 쓸 수 있을까?

게임을 하며 발견한 나란 인간

지난밤 잠을 설쳤다  

내가 잠을 설치는 이유는 늘 비슷하다. 난 매우 단순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 점에선 남편도 별로 다르지 않다.

우리 부부는 현재 백수나 다름없다. 남편은 5월부터 실업 중이고 난 2017년 퇴사 후 사업자를 내놓고 있긴 하지만 개점휴업상태다. 한마디로 딱히 먹고 살 대책 없이 이렇게 지내고 있다. 당연히 심난할 수밖에 없다. 잠을 쿨쿨 잘 자면 그게 이상한 것이다.


그러다 생각이 내가 요즘 하는 게임에서의 나의 행태에 미쳤다.

한동안 카카오에서 나온 퍼즐게임을 했다. 30분마다 하트가 생성되고 하트 하나로 실패할 때까지 하며 게임 방법은 매우 단순하다. 그런데 이 게임이 왠지 시들해져서 다시 캔디크러시를 시작했다. 카카오 게임으로 실력을 연마해서인지 진도가 적당히 넘어가는 편이다.
이런 단순한 퍼즐게임에도 돈을 쓰고 게임을 확장시키는 다양한 장치가 있다. 나는 돈도 쓰지 않고 확장시키는 요소에도 관심을 갖지 않고 다소 고집스럽게 주어진 것만을 활용해 게임을 하는 편이다. 언젠가 둘째 언니가 애니팡을 하며 아이템을 사드라 돈을 썼다는 말을 듣고 이해할 수 없다고 언니를 놀리기도 했다.

그런데 캔디크러시를 다시 시작하며 내가 혹시 인생도 이렇게 고지식하게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힘들 땐 적절히 사용할 수 있는 아이템도 쓰고 타인에게 하트도 좀 달라고 하고 정말 급할 땐 약간의 속임수를 써서라도 고비를 넘겨야 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그런 생각 말이다.

게임처럼 인생도 연마하면 나아지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아버려 그냥 게임을 하며 위로받는다.


아침부터 두 차례의 미팅을 하고 오후엔 영연 씨를 만나 수다를 떨었다. 마음이 편해졌지만 뭔가 더 쓸쓸해졌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11월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부는 날씨였음에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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