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이 있어 좋은 일은 외로움의 시간을 공유하는 것
지난밤 늦게 집에 왔다. 오래간만에 찜질방에 갔고 휴대폰은 락커에 넣어두고 편안하게 시간을 보냈다. 집에 가면서 보니 한라산 한 병 마시고 자겠다는 남편의 문자가 남겨져 있었다. 12시가 넘은 시간에 전화를 거니 그는 잠을 자다 깨어 내 전화를 받았다.
나는 전화통화를 썩 즐기지 않는다. 그럼에도 가끔 불현듯 누구에겐가 전화를 걸어 마구 수다를 떨고 싶을 때가 있다. 그리고 남편은 그 대상이다.
연애를 시작하면 당시 남자 친구였던 남편에게 물었다.
"이에 우리 사귀는 사이지? 그럼 내가 아무 때나 전화해도 되지? 하루에 여러 번 전화해도 되지?"
"그럼 당연하지."
남편은 잠시도 머뭇거리지 않고 내게 답했다.
연인에 대한 나의 로망은 바로 이런 것이었다. 아무 때나 전화를 하고 원하면 당장이라도 만나자고 조르고, 그래도 그것이 흉이 되지 않고 자존심 상할 일이 아닌 그런 것 말이다.
아침에 눈을 떠 바로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대화 내용은 뻔하다. 날씨가 어떠하냐? 뭘 할 것이냐? 뭘 먹을 것이냐? 그래도 이 통화를 하지 않으면 서운하다. 아침엔 괜히 순자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실 순자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늘 있던 일인데 이런 사소한 이야기까지 나눈다. 그래도 좋다. 언제나 내가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그런데 융통성 없는 남편 때문엔 오후 남편과 통화를 하면서 성질을 빡!!! 냈다
물론 전화를 끊으며 바로 후회를 했다
퇴근길 후배와 김치찌개를 먹고 인사동을 걷던 중 불 켜진 이에나를 만나 반가운 마음에 들렀고 새 리스를 벽에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