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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정의 시의적절약선학교 겨울 첫 수업

긴 겨울을 달달하게 보낼 수 있는 따듯한 음식들

겨울은 언뜻 쓸쓸해 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사계절의 온기를 품고 자연에 휴식을 주는 따듯한 마음을 깊게 품은 계절이다  

가을 무가 마르는 풍경도 그렇고 큰 느티나무에 작은 열매가 달린 모습도 그렇다.

지리산 <맛있는부엌>에서 매달 첫 번째 주말에 진행되는 고은정 선생의 <시의적절약선학교>의 겨울학기 첫 수업도 달달하고 따듯한 음식으로 풍성했다.

서울에서부터 감기 기운을 안고 간 나는 맛있는부엌 선생님들이 해주신 밥과 고은정 선생님 몫의 감기용 한약을 복용하며 수업에 참여했다. 기침하며 민폐를 끼치기 싫어 주로 주방에서 시간을 보내 역대 수업 참여 중 가장 많은 설거지와 식재료 손질을 했다.


‘음식으로 못 고칠 병은 없다’라는 말처럼 약선음식의 기본은 음식으로 건강을 유지하며 동시에 신체 중 약화된 기능이 있으면 적절한 음식을 먹고 건강을 회복하는 데 있다. 그러니 겨울 음식은 대체로 몸을 따듯하게 하거나 다른 계절보다 신체 활동이 적은 것을 고려해 몸의 순환을 좋게 하는 음식이 많다. 물론 이 모든 음식은 제철 식재료로 준비된다.


<겨울 첫 수업 1강>

첫 수업은 겨울이면 반드시 한 번은 먹어야 할 무굴밥, 무를 듬뿍 넣은 명란탕, 감기에 좋은 쪽파무침, 곱창김과 환상 궁합을 자랑하는 고추간장 그리고 한밤 출출함을 달래줄 밤조림였다.

무굴밥은 들기름에 무와 불린 쌀을 볶다 밥물을 넣어 밥을 하고 밥물이 졸아들 즈음 굴을 듬뿍 넣고 냄비밥 형식으로 지었다. 명란탕은 별다른 치장 없이 명란의 감칠맛과 무의 단맛을 살렸다. 쪽파를 살짝 데쳐 나물 무치듯 무친 쪽파무침은 매우 매력적이었다. 고추간장은 이른바 밥도둑, 안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어본 사람은 없다는 그런 음식이다. 밤조림엔 간장을 살짝 넣어 단맛을 강화시켰다.

이렇게 차려진 한상은 그대로 겨울의 보약이 된다.


<겨울 첫 수업 2강>

2회 차 수업은 신장 기능을 강화하는 팥 음식인 단팥죽과 팥 음식과 최고의 궁합을 뽐내는 동치미, 심심할 때 먹기 좋고 만들기도 쉬운 검은깨검은콩강정, 기침이 잦은 사람에게 좋은 대추생강차 그리고 보너스로 순두부들깨탕이 진행되었다.


곧 동지다. 이번 동지엔 팥죽 대신 달달한 단팥죽을 쑤어먹어도 좋을 거 같다. 만약 신장 기능이 안 좋다면 팥 음식을 더 자주 먹자. 단팥죽엔 찹쌀로 빚은 새알심도 좋지만 칼국수, 절편 등을 넣어 먹어도 좋다. 팥 음식을 먹을 때 신물이 오르는 사람이라면 소화를 돕는 무 동치미와 같이 먹으면 된다. 검은콩검은깨강정은 볶음 검은콩에 조청을 바르고 그것을 검은깨에 둥글려 만드는 간식이다. 겨울에 차칫 부족하기 쉬운 단백질을 간식으로 섭취하는 착한 음식이다. 감기가 잣다면 대추생강차는 넉넉히 끓여두고 먹으면 좋다. 말린 대추와 편으로 썬 생강을 조금 오래 끓이기만 하면 되니 얼마나 쉬운가!


음식 관련 일을 하지 않고, 오로지 우리 부부의 밥상을 차리기 위해 고은정 선생님이 진행하는 <제철음식학교> 1년 과정을 듣고 심화과정인 <시의적절약선학교>도 듣는 이유는 매우 단순하다.


고은정 선생님의 레시피는 쉽고, 별 치장이 없어도 그 맛이 확실히 보장되며 무엇보다 건강한 조리법을 따른다. 한국인으로 일상의 밥상을 위해 딱 한 개의 요리수업을 들어야 한다고 하면 나는 주저 없이 고은정 선생님의 수업을 들으라고 하고 싶다. 선생님의 가르침으로 우리 집 밥상은 단순하면서도 단단해졌다. 이보다 더한 치장이 뭐가 필요할까?


<맛있는부엌은 지리산 실상사 근처에 있고  곳에서 진행되는 수업중 <제철음식학교> 매달  번째 주말 2  수업이 진행되고 <시의적절약선학교> 제철음식학교 심화반 과정으로 매달  번째 주말에 2회씩, 1 2일간 진행되면 계절 별로  학기씩 단위이다. 다음 학기는 봄학기로 3월에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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