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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서 봄으로 교차의 시기에 적절한 약선음식

문어팥밥과 시레기미역밥으로 뺄 건 빼고 취할 것은 보한다

고은정 선생님의 시의적절약선학교 겨울 마지막 수업이 진행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늘 만원이던 지리산행 버스엔 빈자리가 많았고 언제나 막히던 주말 고속도로는 한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전염성이 강하나 일종의 독감이다. 독감은 면역력과의 싸움이다. 평소 균형 있는 식사로 건강한 몸을 만들어 둔다면 이런 시기도 잘 견디리라 믿고 마스크를 단단히 하고 수업에 다녀왔다.


이 달의 수업은 겨울에서 봄으로, 겨울 옷을 입고 봄의 마음을 품고 사는 우리를 위한 밥상을 공부했다. 핵심은 겨울 동안 쌓인 노폐물을 빼고 부족한 기운을 보하는 음식이다  


<겨울 3회 차 1>

문어팥밥, 시금치된장국, 봄동김치, 냉이바지락전

문어팥밥. 문어는 좋은 단백질 공급원이며 기운이 나게 하는 음식이다. 반면 팥은 우리 몸의 노폐물을 배출하는 데 도움이 되는 식재료다. 이 둘이 만났다. 비울 것은 비우고 채울 것은 채우란 뜻이다  심지어 색도 맛도 좋다.


봄동김치. 신 김장김치에 질릴 이 즈음 상큼하게 담근 봄동김치는 밥상의 활력재이다. 여기에 사과와 달래까지 더해졌으니 그 맛을 상상해 보자.


냉이전. 냉이는 꽃이 올라오기 전 겨울 추위 끝에 먹어야 꿀맛이다. 그런 의미로 입춘 즈음인 지금이 냉이를 먹는 제철이다. 밀가루 대신 연근을 갈고 바지락을 더해 부쳤다. 반주가 필요하진 않을까?


시금치된장국. 끓이기도 쉽고 맛이 오른 시금치를 양껏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금치를 처음부터 넣어 폭 끓인다. 입 안에서 녹듯 사라지도록. 홍합과 새우도 넣어 호사스럽기까지 하다.


<겨울 3회 차 2>

시레기미역밥, 비빔장, 파래김치, 전복찜, 딸기 무조림

시래기미역밥. 가을의 기는 무청에 맺히고 무청과 미역은 울체 된 것의 소통을 돕고 뭉친 것을 풀어낸단다. 그래서 이 밥은 겨울을 나며 몸 안에 쌓인 묵은 기운을 몰아낸다.


비빔장. 된장에 갖은 야채와 버섯 멸치를 넣고 자박하게 끓인다. 이 장을 밥에 넣고 비비면 두 그릇은 뚝딱이다.


파래김치. 김장김치 국물에 신선한 파래 김치를 넣어 비비는 것만으로 완성. 파래에는 미네랄과 비타민이 풍부하며 겨울을 담아낸 계절 별미다.


전복찜. 미역을 먹고사는 전복 그래서 미역 맛이 좋은 겨울에 전복 맛도 좋다. 살짝 찐 전복은 조림 법은 단순하지만 전복의 풍미를 느끼기엔 부족함이 없다.


딸기무절임. 어느 순간 겨울 과일이 된 딸기와 얇게 썰어 소금과 설탕에 절인 후 물기를 짜낸 무를 무치면 반찬으로도 간식으로도 좋다.


<선생님들께서 차려주신 1  점심과 2일 차 아침>

수업 전에 이 밥상을 차려주기 위해 선생님들께선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한다는 것을 안다. 사실은 안 차려주셔도 그만인 밥상이다. 그런데 늘 수업 전 점심을 준비해 주신다. 순전히 수업 전 맛볼 수 있는 이 밥을 먹기 위해 토요일 아침 8시 20분 차를 탄다.(토요일 수업은 오후 3시 시작이라 점심은 수업에 포함되지 않는다)
1일 차 점심은 고추장찌개였다. 보들보들 감자가 맛있어서 찌개를 두 그릇 먹었다. 쌉쌀한 씀바귀나물도 좋았다. 나는 쓴 맛을 좋아한다.

2일 차 제철음식학교 선생님들께서 수강생들을 위해 준비해 주신 아침상은 잘 지은 밥, 인삼과 계피로 맛을 낸 닭개장, 씀바귀, 냉이, 시금치 그리고 쨍하게 맛이 든 김치다.
이 보다 더 좋은 밥상이 어딨을까?
이 밥상을 차리기 위해 냉이를 다듬고 닭개장의 닭을 일일이 찢으셨을 것이다.
수업도 즐겁고 보람되지만 이 아침밥상의 매력에 빠지면 먼길을 마다하지 않고 오게 된다.


<봄의 식재료, 은달래와 냉이>


<수업  활동과 졸업식>

시의적절약선학교 봄, 여름, 가을, 겨울 1년 과정을 마치면 졸업을 하게 된다. 이번 학기엔 다섯 분의 선생님들이 졸업을 하셨다. 이 분들 중엔 식생활 강사도, 직장인도 계시다. 바쁜 일상을 보내며 1년 동안 꾸준히 수업에 성실히 참여한 분들이다. 이들이 무슨 일을 하든 1년  간의 이 과정을 마치면 확실히 밥상은 변한다. 나는 봄과 여름 두 학기를 더해야 졸업할 수 있다.


참고로, 고은정의 시의적절약선학교는 계절별 3개월 단위로 매달  번째 주말 12일로 지리산 실상사 인근 고은정 선생님의 <맛있는 부엌>에서 진행되며, 현재 3  주말에 개강하는 봄학기 수강생 모집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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