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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집을 원하는지 그리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한옥대수선 13일 차 _전기 배선, 배관이 자리를 잡아가고 목공 본격화

2020.03.25. 공사 13일 차


어젯밤엔 수양매화를 구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마당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할 나무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난 봄 꽃이 이쁜 나무를 심고 싶었고 몇 가지를 두고 고민하다가 매화로 결정했고 그중에서도 가지가 위로 뻗는 게 아닌 아래로 향하는 수양매화로 결정했다. 옆 집에 매우 키가 큰 은행나무 향나무 등이 있는데 그 나무들과 굳이 키 경쟁을 하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화단이 들어설 자리의 벽이 이뻐서 그 벽을 도화지 삼고 싶었다.


요즘이 한창 나무를 이식하는 철이라 혹시 나무를 미리 심어두면 어떻겠냐 물으니 먼지도 많고 공사할 때 복잡해질 것 같다는 답이 돌아와 나무를 미리 심는 것은 시원하게 포기했다.


이 벽 앞에 화단이 들어설 예정이다. 오른쪽 사진은 최순우 옛집 담장 위로 보이는 매화

어느새 주요한 전기 배선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어쩜 지금부터는 철거와 깎기를 거친 후처럼 드라마틱한 변화가 눈에 보이진 않을 것이다. 전기 배선, 보일러 배선, 배관, 배수 등이 진행되고 한쪽에선 틀어진 대들보나 서까래를 바로 잡아 집의 꼴을 튼튼하게 하고 있다.


목수님은 마당 게스트용 화장실이 좁아 세면대를 만드는 게 어렵겠다고 했고 나는 손만 닦을 수 있도록 세면대를 꼭 넣어 달라고 요청했다.


목공 작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며 나도 바빠졌다. 집에 들어갈 주요 가구를 디자인해야 한다.

주방 싱크대, 조리대를 비롯하여 붙박이장도 구성해야 한다. 욕실이나 침실의 톤 앤 매너도 결정해야 한다.

이케아에서 들고 온 카탈로그를 참고하고 필요한 부분은 오려서 작은 노트를 완성하고 있다.

뭐든 말만 하면 뚝딱뚝딱 만들어지는 것이 목공 작업의 가장 큰 매력이다.

세상은 심난하고 나는 의욕이 없지만 집은 잘 지어지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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