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의 내용물은 단열, 포장은 미장이 완성도 높인다

한옥대수선 20일 차_ 적막하고 오래된 골목이 빛나는 중

by 소행성 쌔비Savvy

2020.04.02(목) 공사 20일 차

현장에 가기 전 현장분들이 식사를 하시는 식당에 들러 점심을 먹었다. 식당 사장님께 오늘은 몇 분이 점심을 드셨냐 여쭈니, 일곱 분이 순두부찌개를 드셨단다. 그렇다면 미장 세 분, 목수 세 분, 전기 설비 한 분일 거라 예상하고 현장에 갔다. 맞았다


현장에 들어서려는데 미장 사장님께서 전기 설비 사장님께 ‘법대로 하라’며 웃고 계셨고, 전기설비 사장님은 ‘나도 조수를 데리고 다녀야지 혼자 오니까 힘이 안 생긴다’며 받아치셨다. 뭔가 사소하고 재미있는 시비가 있었던 모양이다.


이필식 미장 장인께서는 대문에 붙은 지붕을 손보고 계셨다. 지붕 안쪽을 툭 치니, 마른 흙이 비처럼 쏟아지길 반복했다. 흙이 멈추면 흙이 쏟아졌던 부분을 폼 단열재로 메우고 그 위를 황토로 덮고, 다시 시멘트를 덮은 후 이 시멘트가 마르면 하얀 회로 곱고 매끈하게 마무리하신다.

한옥의 서까래 사이사이로 보이는 그 하얀 면은 이렇게 네 단계를 거쳐 완성되는 것이다.


미장 세 분 중 한 분은 지속적으로 흙과 시멘트 그리고 물물 섞어 나르고, 이필식 미장님은 크게 문제가 있어 섬세한 손길이 필요한 곳을 주로 작업하시고 다른 한 분은 비교적 난이도가 낮은 곳을 하고 계셨다. 매우 힘든 작업인데 모두 표정이 밝았다.



현재는 주로 천정 부분의 미장이 진행되고 있다. 그 사이 목수팀은 벽을 세우고 단열을 한다. 한옥 보수에서 단열은 매우 까다롭다고 한다. 흙벽에 바로 단열재로 단열하면 벽과 단열재 사이에 겨울이면 결로가 생긴단다.

흙벽을 시멘트로 단단히 미장하고 그 위에 습기를 잡아주은 은색 포장지 같은 슈퍼론을 덮은 후 다시 유리섬유인 인슐레이션을 사용한다. 그래야 단열이 확실해진단다.


한옥은 단열이 양옥만 못해 겨울이면 외풍으로 고생을 한다는 게 정설이다. 그런데 솜씨 좋고 새로운 단열재에 대한 정보가 많은 목수나 건축사들은 이 단점도 해결해준다. 임정희 목수님도 그런 분 중 한 분이란 것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집으로 증명할 수 있다.

2개월, 총 53일간의 작업 기간 중 20일이 지났다. 손님이 오셔서 20일이 지난 현장을 작업자들이 떠난 시간에 가보았다. 적막한 골목 안에서 빛나는 한옥이 되어 가고 있었다. 무리를 해서 진행하길 참 잘했다.

오늘은 이사하면 마당 귀퉁이에 심을 키 작은 미쓰김 라일락을 미리 한 그루 샀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보여주기 형식은 완성도 높은 기능을 능가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