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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를 준비하며 화단을 가꾸다

한옥대수선 29일 차_화단 정비, 뒷 벽 미장이 진행, 이사 준비도 착착

2030.04.14(화) 공사 29일 차


새 집을 갖는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며 동시에 괴롭고 심난한 일을 극복해야 하는 일이다. 우리는 너무 무난하게 모든 일이 진행되고 있어 놀라울 정도지만 그렇다고 한다.


골목에 들어서는데 돌을 깨는 굉음이 들렸다. 이필식 선생님께서 집 담장 안쪽 바닥 옛 미장을 뜯어내고 계셨다. 화단이 자리를 잡을 공간이라 바닥 시멘을 걷어내고 계신 것이다. 마당에도 골목에도 이로써 제법 괜찮은 화단이 생긴다.

목수님은 흉물스럽던 벽돌 담장을 걷어내며 맨 아래 두 단은 남겨두셨다. 골목과의 경계석이기도 하며 화단을 꾸미기 위해 둔 것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이 집의 시간의 흔적을 남겨 두고 싶다고 하셨다. 흉물스럽던 담장이지만 이렇게 이야기를  담으니 근사해진다.


미장이 거의 마무리 중이다. 문제이며 작업도 어려운 뒷벽도 진행되고 한 데나 다른 없는 보일러실도 깨끗하게 보수해 창고로 거듭날 예정이다  


김치열 목수님은 어제부터 낡은 지붕과 서까래와 씨름 중이시다. 기와와 기와가 연결되는 부분에 비가 샜는지 여러 차례 날림으로 보수한 부분을 기와를 건들지 않고 정교하게 작업하는 것이다. 임정희 목수님은 ‘목수 천재 김치열만이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하셨다.


임정희 목수님은 드디어 가구를 만들기 시작하셨다. 첫 번째는 싱크대다. 임 목수님이 만든 멀바우 싱크대가 나는 참 좋다. 나무 싱크대는 대리석 상판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따듯하고 안정적이다.


마당 화장실엔 선반이 들어섰다. 이 곳에 화기를 둘 생각이다.


집 공사와 이사 준비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어 다소 정신이 없다. 인덕션은 코웨이 렌털로 하기로 했다. 마침 비데와 청정기 검사 날이라 코디님이 오셔서 이 분께 직접 주문을 넣었다.


비데, 공기청정기, 인덕션, 정수기는 렌털로 사용한다. 여기에 게스트룸 침대도 렌털로 사용할까 고민 중이다. 건조기도 고민 중이다.


지금 살고 있는 집에 텃밭용 채소 모종을 심었다. 상추, 로메인, 치커리다. 이밖에도 현재 이 집 텃밥엔 아스파라거스, 딸기, 부추, 고수가 자라고 있다. 이 것은 내가 먹지 못한다. 이사 올 사람이 채식을 하고, 텃밭을 가꾸고 싶다 하여 미리 모종을 심어뒀다.


처음 이 집 주변 꽃과 나무에 반해 덜컥 계약했는데 정작 이사 들어올 땐 주변에 꽃과 채소도 없었고 한여름였다. 그때부터 마당을 가꾸기 시작하여 올해 봄으론 세 번째인데 이제야 틀이 잡힌다. 이 집에 이사 올 사람도 분명 텃밭을 꿈꾸며 올 텐데 그땐 모종을 심기에 너무 늦다. 그래서 내가 미리 몇 개를 심어뒀다. 이사 오자마자 따 먹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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