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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의 두 번째 민원, 해결의 첫 방법은 일단 잘 듣기

한옥대수선 41일 차_책장에 감탄하는 남편, 타일에 매료당한 아내

2020.04.27(월) 공사 41일 차


일요일, 지방에 내려갔다 올라오는 길에 최근 인사를 나눈 뒷집 주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반가운 전화는 아니다. 우리는 공사 중이고 그는 최근 공사를 마치고 이사 온 분이고 우리와 벽을 같이 쓰는 뒷집에 사는 분이며 게다가 일요일이었다. 역시 민원였다.

내용은 첫째, 우리 물받이 중 일부가 자신의 마당으로 향해 비가 오면 자신의 집 마당으로 물이 내려올 것 같으며 둘째, 벽이 낡아 위험할 것 같으며 셋째, 우리 집 뒷면의 교체하지 않은 물받이가 그 댁에서 볼 때 아름답지 않으니 조치를 취해달라는 내용였다.


전화를 받은 남편은 그분의 말씀을 한동한 잘 듣고, 당장 우리가 확인할 수 없고 조치를 취해도 목수님이 하실 것이니 내일 아침에 현장에 가서 목수님께 말씀을 드리면 방법을 말씀해 주실 것이라 답변하고, 목수님께 연락을 드렸다.


월요일 아침 이웃이 현장에 방문했고 목수님은 민원을 해결하셨다. 이 정도는 흔한 일이지만 일단 민원이 들어오면 잠이 안 온다며 지난밤 잠을 설쳤다고 하셨다.


그 댁에서 문제로 제시한 것 중 둘은 이미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 둔 상태였다. 역시 우리 목수님은 늘 계획을 갖고 일을 하고 계셨다.


기다리던 타일 작업이 시작되었다. 두 개의 욕실과 주방 일부에만 타일이 쓰인다. 이 일정은 타일공의 일정에 맞춰야 한다. 솜씨 좋은 타일공은 스케줄 잡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작업 중인 곽 사장님은 역시 소문대로 타일을 붙이는 솜씨가 아주 깔끔했다. 우리 부부는 있는 힘껏 곽 사장님 능력을 칭찬하며 애교를 부렸다. 우리 욕실은 블루, 게스트룸 욕실은 그린, 주방은 그레이를 골랐고 내 눈에는 좋았다.


타일공 곽 사장님은 일이 쉬우려면 큰 타일을 쓰는데 우리가 선택한 타일은 크기가 작아 시간도 많이 걸리고 손가락도 아프다며 기분 좋은 엄살을 부리셨다.


렌털로 사용하는 인덕션도 도착했다. 비데, 공기청정기 그리고 인덕션까지 모두 코웨이 제품으로 통일했다. 이유는 관리를 해주시는 코디분들이 많은 게 싫어서다.


남편은 자신의 작업실에 설치된 책장이 아름답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나는 책장이 이쁘니 책을 꼽지 말자고 농담을 했다. 그러자 임정희 목수님은 책이 꽂혀야 완성이라며 남편의 편을 들었다. 책장을 만드시는 김치열 목수님은 그저  미소만 지었다.


이번 주면 창호도 들어오고 대부분 작업이 끝이 날 거라고 하셨다. 다음 주엔 바닥을 칠하고 청소를 하고 화단을 꾸밀 예정이다. 이 모든 일정은 일단 목수님께 확인을 받고 결정한다.


곧 이사다. 설레고 그만큼 아득하다.

6월엔 오픈 하우스를 예정 중이며 그때 제공할 목수님  포트폴리오에 쓰일 사진을 전달받았다. 우리 부부가 작은 브로슈어를 만들어 목수님께 선물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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