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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순과 바지락을 먹으며 보내기 아까운 봄을 만끽하자

고은정의 시의적절약선학교 봄학기 마지막 수업

윤달이 낀 올해는 유독 봄이 일찍 찾아왔다. 그러더니 기온이 확 올랐다. 짧은 봄이 더없이 아쉽다.

보내기 아까운 봄을 더 만끽하고 보내기 위해선 봄 제철 식재료로 맛있게 음식을 해 먹는 것이다. 산과 들에 지천으로 널린 봄나물을 먹는 것은 봄의 큰 즐거움이다. 나이가 들수록 나물의 매력에 빠진다.


이번 달 주연은 죽순이다. 무침도 하고 밥도 했다.

대나무의 여린 싹인 죽순은 손질하기도 번거롭고 다른 나물들에 비해 그 맛도 밋밋하기 그지없지만 이 맛의 매력에 빠지면 봄이면 죽순을 찾게 된다. 다만 성질이 차갑기 때문에 비위가 약하고 속이 찬 사람은 삼가는 것이 좋다.


봄 마지막 수업엔 도시락에 어울리는 표고버섯장아찌로 맛을 낸 구운 봄나물 주먹밥을 만들었다. 취나 두릅 등 어떤 나물을 써도 좋다.


죽순으론 데친 미나리와 숙주, 쇠고기를 넣은 죽순채를 먹어보자. 손질된 죽순을 구입하면 만들기도 번거롭지 않다.


도시락 반찬으론 누구나 좋아하는 돼지고기 부추볶음이 제격이다. 부추는 기양초라 불린다. 양기를 끌어올리는 데 좋은 식재료다. 게다가 찬 성질을 잡아주어 돼지고기와의 궁합은 환상적이다.


송화밀수는 송화가루에 꿀을 타 먹는 차다. 매우 호사스러운 차로 폐에 좋다.

봄학기 마지막 수업의 식재료는 바지락이다. 바지락은 개나리가 필 때 그 맛이 절정이라고 한다. 특히 봄 바지락은 특별한 양념 없이 탕을 끓여도 그 향과 맛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바지락은 간에 이롭고 음혈을 보하며 열을 내려주는 효능이 있어 술꾼들의 해장음식으로도 그만이다.


죽순으로 밥을 하자. 미나리를 데쳐 그 물로 밥물을 잡고 소고기도 좀 넣어 한 밥은 몸의 힘도 보하고 몸속의 습과 열을 풀어준다.


냉동실에 있는 홍새우를 꺼내 봄의 식재료 부추와 함께 전을 부쳐보자. 몸에 비해 머리가 큰 새우는 양기를 북돋는 식재료로 여기에 부추를 더하면 양기가 배가 된다.


논에서 자란 햇양파도 이 즈음에 나오고 칼로리가 적고 위장 보호에 그만인 양배추도 이 즈음 많이 수확된다. 양배추와 양파로 담근 김치는 식감이 좋고 특히 양배추의 단맛은 식욕을 올린다. 양배추는 특히 비위에 좋아 잦은 다이어트로 위장이 상한 사람에게 추천한다.



1박 2일 시의적절약선학교의 절정은 선생님께서 차려주신 밥상이다. 수업에서 풀어내지 못한 식재료는 어김없이 밥상에 등장한다.


이번 달엔 생일을 맞으신 선생님 덕분에 봄의 생일상을 받았다. 꽃게와 소고기가 들어간 미역국과 수수밥, 가죽나물 김치, 잔대 나물무침, 제피장떡 등으로 차린 생일상은 봄에  태어난 사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둘 째날 아침은 감자죽과 산갓 물김치 그리고 각종 장아찌의 향연였다. 무말랭이 무침, 산초장아찌, 고추장에 박은 가죽나물 장아찌, 향이 화려한 멍게 젓갈이 올라온 아침밥상은 어느 밥상보다 화려했다. 별 수 없이 밥을 여러 그릇 먹었다.


긴 가뭄과 산불 끝에 지리산엔 비가 내렸다. 비에 젖은 실상사의 고요함이 참 좋었다.


이렇게 조용히 봄과의 작별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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