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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건강을 지켜줄 맛 좋은 여름 제철 음식은 무엇?

고은정의 시의적절약선학교, 추사의 대팽고회를 배우다

어느새 고은정 선생님의 시의적절약선학교 1년 과정 마지막 학기다. 지난 가을에 시작, 겨울과 봄을 지나 여름학기에 이르렀다. 토요일 새벽 동서울 터미널엔 등산복을 입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있었고 지리산 백무동으로 가는 버스도 만석이었다. 코로나가 한창이었던 3.4월에 비하면 일상이 회복된 수준으로 보였으나 모든 사람들의 얼굴은 마스크에 가려졌다..


지리산으로 향하는 길은 녹음이 울창했고 이제 막 모내기를 마친 논의 어린 벼는 줄맞춰 산책하는 어린이집 유아들 같았다  


<여름학기 첫 수업, 첫째 시간>


여름학기 첫 번째 수업 첫 시간의 음식은 여름 보양식이었다. 몸의 열을 낮추는 치자밥과 에너지를 보하는 국물없는 삼계탕(닭강정)과 보리굴비, 여기에 상큼한 오이피클과 단번에 수박을 한통이라고 먹을 수 있는 서과음(수박쥬스)였다.


노란 색이 고운 치자밥은 말린 치자 열매를 물에 담가 그 물로 밥물을 잡는다. 치자물을 만난 밥은 더 탄력이 생기고 노란색도 고와 먹을 때 기분도 좋다.

국물없는 삼계탕은 닭강정에 마늘, 수삼, 대추 등 삼계탕에 쓰이는 재료를 다져 버무려 어린이들도, 맥주애호가도 좋아할 음식이다.

찬 녹차물에 밥을 말아 보리굴비 한점을 입에 넣고 씹으면 없던 기운도 살아난다.

이 계절 가장 흔한 식재료인 오이는 생각하는 것만으로 시원하다. 그 오이에 새콤한 식초가 가미된 피클은 상큼하여 압맛을 돌게 한다.

우리집은 식구가 적어 수박 한 통을 먹으려면 동네 이웃을 동원해야 했다. 그런데 수박을 즙 내어 먹는 서과음을 배웠으니 이제 수박을 이웃과 나눠 먹을 일은 좀 줄어들 것 같다.


이 밥상은 자칫 더위에 기운이 빠지기 쉬운 우리 몸의 기운을 올리며 동시에 몸의 오른 열도 내리는 보양식 중에서도 가장 호화로운 밥상이다.



<여름학기 첫 번째 수업, 두 번째 시간>

오이를 쇠고기와 볶고, 돼지고기를 두부사이에 넣어 지져 먹자니 자연스럽게 술 생각이 났다. 귀족적인 여름 반찬을 보고 ‘안주로 제격이다’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고 있으니 나도 참 문제다.


두 번째 시간엔 여름하면 떠오르는 보리와 감자 오이를 이용한 음식이었다.


보리밥은 하기가 조금 까다롭지만 여름철 별미로 손색이 없다. 잘 지은 보리밥을 상추 등 여름 채소에 얹고 된장을 넣어 쌈을 싸먹으면 밥 한 그릇이 게 눈 감추듯 사라진다. 게다가 감자를 넣어 지은  보리감자밥은  탄수화물 함량도 낮으니 식이조절을 하는 이에게도 그만이다. 보리 역시 찬 성질의 음식이다.


두부 사이에 으깬 돼지고기를 끼워 굽는 두부선은 상상만으로도 그 맛이 그려진다. 부드러운 두부와 함께 씹히는 고기질감을 좋아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오이장과는 소금물에 절인 오이를 소고기와 함께 볶은 음식이다. 이 음식을 보는 순간 나는 ‘이 음식은 매우 귀족적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먹어도 될 오이를 절이고 다시 수분을 빼고 고기와 볶는다. 절이고 볶는 사이 부피는 줄어든다. 과정을 더하고 부피를 줄인 음식, 바쁘고 배고픈 이들은 상상도 못할 음식이다.


가지는 내겐 어른의 식재료다. 잘 찐 가지를 맑은 간장육수에 넣어 먹으면 그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이다. 가지는 열을 내리고 피를 맑게 해 기름기 많은 음식과 먹으면 좋다.


토마토매실청절임은 여름철 소화를 돕고 갈증을 푸는 효과가 있다. 뿐만 아니라 색색의 토마토를 보는 즐거움도 크다.


<수업의 절정, 선생님이 차려주신 밥상>


토요일 수업은 오후 3시에 시작된다. 그럼에도 내가 새벽 차를 타는 이유는 오로지 한 끼라도 더 선생님의 밥을 먹고 싶어서다. 수업 전 금요일 저녁이면 선생님은 토요일 점심 예약을 받으신다. 이 때부터 난 설렌다. 도대체 또 어떤 맛난 음식을 먹게 될 것인가!


여름 첫 끼니는 바지락을 넣은 강된장에 쌈채소 그리고 부들부들한 아욱된장국과 제육볶음였다. 밥상을 보고 탄성을 지르고 테이블에 고개를 박고 먹는다. 쌈은 크게, 입 속에선 천천히! 초록의 싱그러움을 씹는 기분이다.



선생님이 차려주신 두 번째 끼니는 일요일 아침이다.

선생님도 아껴서 드시는 단풍취 무침에 가지와 오이소박이다. 그리고 이 초록 음식은 무엇인가? 어머나! 완두콩죽이다. 이 맛은 설명하기 싫다. 그냥 나 혼자 알고 있고 싶다.



두 번의 수업 총 네 번의 식사를 같이하며 <시의적절약선학교> 여름 첫 수업이 끝났다.

도대체 나는 왜, 서울에 널리고 널린 다양한 음식수업을 마다하고 왕복 8시간을 시외버스에 몸을 맡기고 지리산 <맛있는 부엌>까지 오는 것일까?

그 답은 선생님의 음식은 일상의 음식이기 때문이다. 조금 밋밋하고 평범해 보이나 평생을 먹고 반복해 먹어도 물리지 않고 몸에도 좋다. 그러니 이런 수업을 안 이상 놓치면 나만 손해란 생각이 든다. 엄마에게 배웠어야 할 일상의 음식을 나는 고은정 선생님께 배우고 있다.


고은정 선생님의 스튜디오 맛있는 부엌은 지리산 실상사 근처에 있다. 이 곳에선 밥과 김치, 장과 제철 식재료를 중심으로 한 <제철음식학교>와, 제철 식재료를 기반으로 우리 몸과 음식의 상관 관계를 배우는 <시의적절약선학교> 등 한식 음식 수업이 진행된다. 나는 3년 전에 제철음식학교 1년 과정을 졸업했고 지난 가을부터 시의적절약선학교에 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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