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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첫 한옥, 온전히 우리 집이 되다

한옥대수선 51일 차_공사 대장정 창호와 전기 설비로 마무리

2020.05.08(금) 공사 51일 차


이사를 하루 앞두고 무척 분주한 날이다. 잔금도 치러야 하고 남은 공사도 마무리해야 했다. 숫자에 약한 남편은 종일  혼이 반쯤 나간 상태였고 심난함에 전날 과음을 한 나는 숙취로 하루를 시작했다.


첫 일정은 에어컨 설치 기사의 전화였다. 집엔 세 대의 에어컨이 설치되었다. 기사의 세심하지 못한 행동으로 새로 칠한 흰 벽에 더러운 자국이 났고 이를 지적하니 장갑이 더러워 그런 거라는 답이 나왔다. 이어 통신사 기사가 와서 통신을 연결했고 냉장고와 텔레비전이 도착했다.

오늘의 큰 일은 설치된 창호에 유리를 넣는 것이다. 네 분의 창호 기술자들이 와서 어마어마하게 두꺼운 유리를 창호에 넣었다. 남편 작업실과 마루 사이엔 접혀서 한쪽으로 모이는 폴딩 도어를 설치했는데 무척 이뻤다. 이런 만족스러움과는 별개로 창호 기술자들의 마무리는 맘에 들지 않았다. 실리콘 마무리는 매끈하지 않았고 어질러진 바닥은 방치하고 떠났다.

전기 설비 사장님은 이것 저곳 전원을 연결하셨고 초인종을 완성하셨다. 대문엔 무척 담백한 장석이 붙었고 마당의 손님용 화장실도 마무리되었다.


창호가 마무리되고 청소를 시작했다. 어마어마한 먼지는 털고 닦아도 계속 나왔다. 파란대문 이정옥 대표와 승연이 청소를 도와줘서 1차 청소를 수월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삿날로 정한 토요일엔 종일 비 예보가 있어 걱정이 컸는데 현재 우리 집으로 입주할 분의 배려로 이삿날을 일요일로 연기할 수 있었다. 마침 업체도 그게 더 낫다며 일요일에 이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남편은 현재 집을 새로운 주인에게 넘겼고, 잔금을 치르며 새 집 구매를 마무리했다. 인생 최대의 취득세를 지불하며 우리 통장은 바닥났다. 그래도 대장정이 마무리되어서 홀가분했다.


새벽엔 최근 임정희 목수님이 작업하신 댁의 주인인 한 모 작가께서 우리 집을 구경하고 가셨다는데 특별히 마당 화단과 마루가 좋고 집의 기운이 좋다는 칭찬을 전해달라셨다고 했다. 현재 집을 매입하신 분과 전세 세입자도 우리 집 구경을 오셨는데 현장이 분주해 다음에 꼭 다시 와달라고 당부했다. 목수님은 집을 고치는 두 달 동안 최선을 다해주셨고 무엇보다 넉넉하지 않은 기간에 공사를 완성해 우리를 만족시켰다.


임정희 목수님과는 두 번째 작업이다. 지금 이 집도 임 목수님이 아녔다면 고칠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3년 반 만에 다시 만난 목수님은 그동안 어떤 경험을 하신 것인지 안목은 한층 높아졌고 기술은 더 좋아졌으며 일 처리엔 여유까지 생겼다. 게다가 이번 집은 임 목수님의 전공인 한옥이니 더 신나서 작업을 하신 것이다. 나의 생각을 구체화시켜주며 동시에 본인의 감각을 더해 누구나 보면 이쁘다고 칭찬하는 집이 탄생했다.


사고 없이, 특별히 까다로운 민원 없이 공사가 마무리되어 참 좋다. 도심 한복판 조용한 골목 안에 뜻하지 않게 한옥을 갖게 되었다. 곧 우리 부부 결혼 7주년이다. 매년 결혼기념일 즈음엔 여행을 했는데 올해는 새 집을 만끽하자고 뜻을 모았다. 날 사랑해 주는 착한 남자와 사는 제법 괜찮은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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