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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인사로 떡 돌리고 일상 회복 위해 꽃 꽂다

성북동소행성, 한옥 생활 3일 차_집의 쓸모를 다시 생각하다

산꼭대기에 살 때보다 이웃과 부대끼는 일이 많아질 것이 예상되는 골목 생활이 시작되었다.

이웃에게 인사하기 위해 성북동 명물 떡집 ‘하루떡’에서 시루떡 7킬로를 서울시 재난 카드로 맞췄다. 두 장의 시루떡을 하나로 포장하니 총 16개의 떡이 만들어졌다.


점심 즈음 떡을 찾아 이웃과 단골집에 돌리고 나니 2개가 남았다. 같은 골목에 사는 집과 골목은 다르나 벽을 면한 뒷 집, 공사 기간 동안 차가 드나드는 것을 참아 준 골목 밖 이웃 그리고 커피집, 밥집, 꽃집, 술집 등 단골집과 부동산에 떡을 드리며 잘 부탁한다 인사를 드렸고 잘 살라는 덕담을 들었다.


저녁나절 우리 집에 들른 남편의 대학 선배인 진희 언니는, 예전에 이사하고 이사떡을 돌렸더니 ‘무슨 이런 떡을 돌리냐’며 이웃에게 핀잔을 들었다고 했다. 덧붙여 이사 떡을 자연스럽게 받고 덕담을 나눌 수 있는 이웃과 사는 것도 복이라 했다.


진희 언니는 연기를 전공하는 무정이가 대면 수업을 받기 시작해 아이 짐을 가져다 주기 위해 근처에 왔다가 남편과 통화가 되어 갑작스럽게 우리 집에 들렀다. 진희 언니가 준비없이 방문한 것을 미안하게 생각하기에 저녁을 사달라고 하였고 저녁을 같이 먹으며 사는 얘기를 나눴다.


나는 우리 고양이 순자를 이뻐하는 무정이에게 카페처럼 생각하고 우리 집을 이용하라고 했다. 이렇게 무심하게 친구들이 드나드는 집이 되길 바란다.

그래서 작은 집이지만 손님방을 꾸몄다. 이 방을 ‘도시 민박’으로 운영해볼까 고민 중이다. 그러기 위해선 소방 시설을 갖추고 구청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


점심엔 동네 밥집에서 우연히 옛 성북동 주민 소현 씨를 만났다. 우리 집에 잠깐 방문한 소현 씨가 에어비앤비 슈퍼 호스트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소현 씨는 몇 가지 팁을 주며 접근성이 좋고 한옥이라는 장점이 있으니 가능성이 있다며 잘 운영해 보라고 응원했다.


오래된 집을 고치기 시작할 때부터 우리 부부는 이 집에 사람들이 드나들기를 원하고 그 바람에 맞춰 집을 기획했다. 우리 집 ‘성북동소행성’은 도시 민박이 될 수도 있고, 작은 커뮤니티 공간이 될 수도 있으며, 글쓰기와 음식을 배울 수 있는 학습의 공간이 되기도 할 것이다.


이런 모든 일을 하기 위해 남편과 나는 두 달 간의 집 고치기에서 벗어나 일상을 회복하자고, 성북동 커피 맛집 <일상>에서 의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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