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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을 위한 첫 상을 차리고 한옥의 시간을 벽에 걸다

성북동소행성, 한옥이 사람 사는 집이 되어가는 과정

집 정리는 잘 되어 가고 있다. 몇 가지 손 볼 곳이 있고 첫 한옥 살이라 익숙하지 않은 점이 있지만 그래도 툇마루에 앉으면 모든 시름이 사라진다.


인덕션에 전원을 넣기 시작해 손님에게 밥도 해드리는 상황이 되었다.


손님을 위한 첫 밥상은 우리가 살던 집에 살게 된 분과 우리의 이웃이며 빈집을 찾아 공간에 온기를 불어넣는 <공간주> 이정옥 대표를 위해 차렸다. 사실 우리 부부도 아직 제대로 음식을 차려먹지 않았으니 우리 부부를 위한 첫 만찬이라고도 할 수 있다. 우리가 살던 집에 살게 된 이는 비건이다. 그래서 첫 만찬은 비건 밥상을 준비했다. 선물 받은 샴페인도 따며 기분을 냈다. 한참 이야기 꽃이 무르익을 무렵, 우리 독서 모임 <독하다토요일> 멤버 한 분인 근처라며 방문해도 괜찮냐 하셨다. 무시로 사람들이 드나드는 집을 만들고 싶은 우리 부부는 당연히 좋다고 했고, 저녁 9시 무렵엔 7명이 모인 술자리로 이어졌다.


원하던 대로 집이 자리를 잡는 것이다.


정수기 설치를 위한 타공과 몇 가지 우리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임정희 목수님께서 방문하셨다. 집을 철거하며 수집한 9겹의 벽지를 대문 안쪽에 걸어 주셨다.


이 벽지는 이 집이 지나온 시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벽지의 가장 안쪽엔 ‘소화 14년’(1939년), 일제 강점기에 발행된 신문이 있었고 이 신문지가 제1대 벽지로 추정된다 따라서 우리는 이 집이 1930년 대  말에서 1940년 대에 지어졌을 것이며 일본인이나 친일했던 사람이 살지 않았을까 추정한다.


이런 소중한 시간의 흔적은 그냥 버릴 수 없다. 액자를 잘 짜신다는 성북동 제일표구에 맡겨 액자를 짰고 그 액자를 오늘 걸었다.


이밖에도 목수님은 이러저러하게 불편한 점을 해결해 주셨다. 주방 싱크대 누수를 점검하면서는 “목수란 직업이 참 좋아요. 누워서 일할 수도 있고”라며 농담을 던지셨다.

순자를 위한 캣 타워 겸 스크래쳐도 만들어 오셨는데 순자는 캣 타워가 제 것이라는 것을 아는 양 관심을 보이고 올라갔다.


나무로 지어진 한옥은 1년 사계절을 겪어야 온전히 자리를 잡는다고 한다. 그리고 이것은 기온과 습도에 나무가 제 자리를 찾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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