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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추 뒤 말복, 여름과 가을 사이에 먹어야 할 음식들

고은정의 시의적절약선학교, 1년 과정 수료, 제철식재료의 중요성 배워

8월 초, 실상사 문 앞엔 연꽃이 한창이고 마당엔 배롱나무 꽃이 한창이다. 

지난해 가을부터 시작한 고은정의 시의적절약선학교 1년 과정, 어느새 마무리할 시간이 다가왔다. 

여름 3회차 수업은 여름을 갈무리하고 가을을 받아들이며 필요한 음식에 대한 이야기와 식재료 '연'에 대한 공부로 가득 찼다. 새삼 제철 식재료는 우리 몸에 그 때 딱 필요한 음식을 제공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름 3회차 1강>

여름 3회차 1강에는 율무팥샐러드, 증편, 인삼마유, 복숭아로 한상을 차렸다. 아마 밥이 오르지 않은 유일한 상차림일 것이다. 

율무팥샐러드는 한끼 식사로도 충분한 음식이다. 율무와 팥은 열기로 몸에 고인 습과 담을 배출시키는 역할을 한다. 각 곡물을 따라 삶아야하는 고단함이 있지만 조금 넉넉히 삶아 냉동실에 보관해 두고 먹고 싶을 때 꺼내 찬물에 헹궈 샐러드를 해 먹으면 된다. 무엇보다 이 샐러드의 드레싱을 시중에 파는 평범한 식용유와 우리 간장과 식초로 만들어 더 친근했다. 드레싱 역시 넉넉히 만들어 보관해 먹으면 편하다. 이 샐러드는 완전 비건식이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증편은 쌀가루를 막걸리로 발효시켜 쪄내는 떡으로 여름에도 잘 상하지 않아 여름떡으로 불린다. 손이 많이 가는 증편을 과감하게 전문 떡집의 것을 올렸다. 뭐든지 내가 다 할 필요는 없다. 나보다 훨씬 잘하는 전문가의 것을 사 먹는 것도 아주 좋은 태도다. 우리가 먹은 증편은 전라도 화순기정떡였다. 


인삼마유는 우유에 수삼과 마를 갈아 마시는 음료다. 인삼은 뱃심을 생기게하고 마는 속을 편하게 한다. 바쁜 현대인들은 간편한 아침식으로 먹어도 좋다. 


복숭아는 최고의 여름 과일이다. 자두와 함께 띠뜻한 성질이 과일로 대표적이다. 바로 이 따듯한 성질때문에 여름 과일로 손색이 없다. 그래서 속이 차지기 쉬운 여름 참외나 수박 먹고 탈이 난다면 복숭아나 자두를 먹는 것이 좋다. 



<여름학기 3회차 2강>

3회차 2강에서는 식재료로의 '연'을 집중 탐구했다. 뿌리는 물론 줄기, 잎, 꽃, 씨앗까지 하나도 버릴 것이 없는 식재료가 연이다. 

우리는 연자밥, 연근김치, 연잎돼지수육(연저육찜), 연꽃차를 배우고 먹었다. 


연자밥은 연의 씨앗을 넣고 지은 밥이다. 연자는 기운을 기르는 데 효과적이다. 단, 연자 중앙의 심을 제거해야 한다. 매우 쓰다. 또한 대변이 마르고 굳는 등 변비 증상이 있을 때는 삼가야 한다. 


연잎돼지고기수육(연저육찜)은 돼지고기를 굽고, 삶고, 조리는 3단계의 과정이 필요한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다. 그러나 연잎과 함께 삶으면 그 향이 배어 풍미를 더하고 육류 섭취로 습열이 쌓이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연근김치는 이 계절 나오기 시작하는 햇사과와 같이 김치를 담그는 것이다. 생연근과 햇사과는 열을 내리고 피로를 풀어준다. 봄 연근은 맛이 다한 사과와 가을 연근은 이제 막 나오기 시작한 풋사과의 같이 김치를 담근다. 최소의 양념으로. 


연꽃차는 연잎을 우려낸 따듯한물에 하얀 연꽃을 띄워 뜨거운 물을 부어 우린다. 연꽃은 성질이 따듯하고 독이 없다. 그러나 이런 효능이 아니라도 연꽃차는 그 자태만으로도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선생님이 차려주신 여름 밥상>

수업 2일 차 아침은 선생님들께서 차려주신 밥상을 받고 호사를 누린다. 이번 밥상은 여름 반찬이 총출동했다. 

고사리가 듬뿍 들어간 닭개장을 선두로 꽈리고추멸치볶음, 가지찜 무침, 상추무침, 고구마순 김치, 깻잎지짐 등 보는 것만으로 풍성한 여름상이다. 이런 반찬은 많이 먹어도 살이 찌지 않을 것 같다. 올 첫 포도도 맛 보았다. 


<실상사 앞 까만집의 다슬기 요리 추천>

수업 1일차 수업 전 점심은 맛있는 부엌 인근의 음식점에서 먹는다. 이번에는 맛있는 부엌 건너편, 실상사 앞 상가동에 있는 <까만집>에서 먹었다. 이곳은 다슬기가 유명하다. 주인 아주머니는 사면 비싸서 다슬기를 직접 잡아 손질해서 탕, 수제비, 비빔밥 등을 만들어 내놓는다. 우리가 먹은 것은 수제비, 다슬기의 연초록 빛이 고운 국물이 이게 진짜 다슬기국물임을 말한다. 부들 부들한 수제비 반죽도 맛나게 담근 김치도 아주 좋았다. 실상사에 들를 일이 있다면 이 집에서의 한끼를 추천한다. 이 댁의 서비스는 다소 거칠다. 그러니 당황하지 말자. 


지난해 가을 시작한 약선음식 1년 과정이 끝나서 졸업장을 받았다. 지난 해 10월 시작해 9월 수업이 남았지만 여름 학기 동기분과 당겨서 졸업식을 했다. 1년 동안 몸과 음식 그리고 제철 식재료의 귀함을 또 더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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