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침밥상을 차리는 이유

2013년 9월에 적은, 그야말로 신혼에 적었던 '매일매일밥상' 탄생기

by 소행성 쌔비Savvy

난 스물 네 살까지 그러니까 적어도 엄마와 같이 살던 그때까진 아침을 꼭 먹었다.

거의 반강제적으로 먹어야만 했다.

엄마는 매우 바쁜 일상을 보냈지만 언제나 아침을 챙겨주셨다.

대학을 졸업하고 1년간 대전에서 직장생활을 했다.

당시 출퇴근 거리가 멀어 난 아침에 비교적 일찍 집에서 나갔다.

그때 엄마는 도시락을 2개 싸주셨다. 출근해서 아침을 먹으라고.

1개는 내가 먹고 나머지 1개는 친구와 같이 먹으라고, 혼자 먹으면 못 먹을 일이 많으니 그렇게 하라고 하셨다.

이런 엄마의 아침 밥상은 스물네 살로 끝이 났다. 내가 서울로 올라왔기 때문이다.

서울에 올라와선 아침 따위는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기도 바빴기 때문이다.


502.JPG 2016년 8월, 어느 여름 날의 아침밥상


그리고 나의 아침밥상은 남편과 동거를 하면서 시작되었다.

남편은 아침을 안먹으면 큰 일이 나는 사람이다.

아침에 눈뜨자 마자 화장실에 가서 큰 일을 보고 아침을 정성스럽게 먹고나서 다시 화장실에 가서 남은 큰 일을 마무리하는 것이 남편의 하루 시작이다.

그러니 난 다른 것은 못해도 아침 밥상은 꼭 차려주자고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이것은 우리 부부의 금슬을 위해서도 꼭 지키자는 다짐이이기도 하다.

아침마저도 같이 먹지 않으면 하루 세끼 중 마주하고 앉아 밥 먹을 일이 많지 않다.

실제로 우린 아침 밥상 머리에서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시시껄렁한 농담을 지껄이기도 하고 때론 진지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어쩔 땐 아무 말도 안하고 밥만 먹기도 한다. (2017년 1월 현재, 김어준의 뉴스광장을 들으며 그날의 일을 이야기한다)

할 얘기가 없으면 나는 "맛있지?" "맛있어?"라고 묻는다. 그럼 남편은 언제나 1초도 안되어 바로 "엉 맛있어."라고 답을 해준다.

물론 내가 지금까지 한번도 빼먹지 않고 남편의 아침상을 차린 것은 아니다.

매우 피곤한 날엔 전날 있는 것에 대충 차려먹으라고 하기도 하고 어느 날엔 빵을 구워주기도 한다.


775.JPG 피곤한 어느 여름 날의 아침밥상. 된장국에 찬밥을 말아 끓인 된장죽


그래서이제 아침밥을 먹는 게 우리에겐 별로 신기한 일이 아니다.

아침을 차리는 일은 사실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다.

차리고 먹고 치우고 적어도 1시간은 소요된다. 그만큼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하는 것이다.

다행히 나의 남편은 음식투정이 전혀 없는 사람이다. 한번 내놓은 반찬을 일주일 내내 내놓아도 아무 불평이 없다.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내가 상을 차리는방법>_2017버전

1. 밥은 가급적 한번 먹을 분량만큼만 한다. (계량컵으로 쌀 한컵을 하면 둘이 조금 배가 부르게 먹을 정도다. 1.5컵을 하면 둘이 두번 먹을 수 있다. 우린 전기밥솥을 사용하지 않는다.)

2. 국은 대략 2번 먹을 분량을 끓여 나눠 먹는다. (육수를 미래 내어 놓으면 아주 편리하다)

3. 매 끼니 새로운 반찬은 없다. 주말에 나물 두어 종류를 만들어 두어 기본찬으로 하고 여기에 생선이나 달걀 후라이 또는 두부부침 등을 같이 낸다. 반찬 이어달리기는 어쩔 수 없다.

4. 우리 밥상의 핵심은 쌈채소였으나 이제는 제철 식재료로 만든 반찬이며. 직접 담근 김치다.

5. 반찬은 반드시 덜어 먹는다. 젓가락 등에 뭍은 침이 음식에 닿으면 잘 상한다. 보기에도 물론 나쁘다.

6. 내가 가진 그릇 중 가장 좋은 그릇을 부부 밥상의 그릇으로 사용한다.

7. 설거지는 언제나 남편이 한다.


아침을 먹기 위해 나는 아침 6시에 일어나 쌀을 씻어 불리고, 쌀이 부는 동안 국이나 반찬을 만든다.

생선이나 계란은 뜸을 들이는 동안(압력솥의 압력이 빠져나가는 동안) 굽거나 후라이 한다.

그러면 대략 7시 전후로 아침 식사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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