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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에 담글 장을 위한 메주 세팅 완료

2021.11.02_2016년부터 시작된 나의 장 역사

우리 집 밥상이 드라마틱하게 변하기 시작한 데 가장 큰 공을 세운 일은 바로 ‘장 담그기’이다.


내가 처음 장을 담근 것은 2016년 2월이다. 고은정 선생님께 2015년 가을부터 음식을 배우기 시작했고 1년의 수업 과정에 장 담그기가 되었다. 이때 지리산 선생님의 스튜디오에서 반말, 우리 집 베란다에서 반말을 담갔는데 그 장을 아직도 가지고 있다.


장은 대체로 음력 정월에 담근다. 그러기 위해선 늦가을에서 초겨울 사이에 메주를 예약해야 한다. 장 담글 때가 되면 여기저기에서 메주를 팔지만 나는 가급적 콩 농사를 직접 짓고 장을 담그시는 분께 메주를 구입하려고 하기 때문에 조금 서둘러 메주를 예약한다. 닥쳐서 메주를 구입하면 내 마음에 드는 메주보다는 판매되는 것 중 골라야 하니 내 선택권에 힘이 없다.


메주를 구했다면 장 담그기는 끝난 셈이다. 2월 장을 담글 때까지 기다렸다 잘 숙성된 메주가 집으로 오면 소금물에 메주를 넣는다. 50~60일 정도 지난 후 소금물에서 메주를 건져 메주는 부셔서 된장으로, 메주를 건져낸 소금물은 간장으로 가른다. 그리고 맛은 자연에 맡긴다.


오늘 2022년 담글 장의 메주를 확정했다. 우리 집 밥상 2대 연중행사 중 가장 중요한 하나를 끝낸 셈이다. 다른 하나는 김장이다. 그러고 보니 11월에서 12월 초는 우리 집 밥상의 중요한 이벤트가 열리는 중요한 때다.


결혼해 처음엔 아파트에 살아서 첫 장은 아파트 베란다에서 담갔는데 환기와 햇볕을 신경 써 관리해도 쉽지가 않았다. 2017년 단독주택으로 이사하고 마당에서 장독을 관리하니 장독 관리에 신경 쓸 필요가 없어졌다. 두면 알아서 장이 잘 익었다. 맛있는 장을 항아리에서 꺼낼 때마다 단독주택에 사는 보람을 느낀다.


이 보람과 맛 때문인지 나는 장을 담그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으면 발 벗고 나서서 그가 장을 담글 수 있도록 오지랖을 편다. 장 하나만 제대로 할 줄 알면 백 요리가 부럽지 않다.


인스타그램에서 찾은 나의 장 역사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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