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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담그기 7년 차, 나의 장 담그는 법과 리듬

2022.02.22_정월 말 날, 장을 담그다

022.2.22. 음력 정월 스무이틀 날, 말(午) 날, 올해의 장을 담갔다. 제철음식학교 서울 교실 수강생 다섯 분도 우리 집에서 장을 담갔다. 그분들의 항아리 두 개를  우리 집 장독대에 두었다.


올해 메주 6장, 물 27리터, 소금 5.4kg으로 장을 담갔다. 메주는 백말순 간장, 소금은 한주 장소금(정제염), 물은 수돗물, 항아리는 인월요업의 것을 사용했다. 나는 2016년부터 장을 담그기 시작해 어느새 7년 차이다.


처음 장은 메주 2장으로 성수동 아파트에서 담갔다. 첫 장을 지극 정성으로 돌보던 내가 기억난다. 아파트 베란다에선 아무리 정성 들여 돌봐도 곰팡이가 계속 생겼다. 결국 간장을 달여가며 눈에 보이는 곰팡이와 싸웠다. 그러면서 알게 된 것은 맛있는 장이 되기까지 햇빛도 중요하지만 바람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세를 살던 아파트의 주인이 2년 단위로 세를 올리며 두 번째 세를 올릴 즈음엔 아파트를 매매하여 우린 이사를 나와야 했다. 이때 나는 장이 잘 되는 집으로 옮기고 싶었다. 이것은 볕이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마당이 있는 집을 뜻한다. 결국 나는 장 담그기 2년 차엔 성북동 산꼭대기 작은 집 마당에서 장을 담글 수 있게 되었다. 마당에 있는 항아리 속 장은 가끔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별 탈 없이 맛있게 익었다.


7년 차에 이르기까지 우리 집 장독대를 거쳐간 사람이 많다. 혜나, 동현, 희정, 소영 등에게 나는 기꺼이 내 장독대를 내어 주고 그들의 장을 관리해줬다. 이 일은 별 거 아닌 듯 보이나 꽤나 신경 써야 할 일이 많다. 특히 나와 같은 항아리에 장을 담그면 분배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메주 한 말, 물 20리터로 장을 담그면 간장은 2리터 내외 된장은 18킬로그램 정도 나오며 난 늘 내 몫을 적게 남기고 분배했다. 그러다 이게 서로에게 편한 일이 아니란 것을 깨닫고 재작년부터는 내 항아리는 단독으로 관리하기 시작했다.


장 담그는 횟수가 쌓이며 항아리 관리도 고민거리가 되었다. 올해 나는 과감하게 오래 묵은 장을 한 항아리에 모았다. 담근 지 3년 차 이상의 장은 한 항아리에 모았다. 그래서 항아리 6개(간장 셋, 된장 셋)로 장독대를 완성시키며 이제야 리듬이 생겼다. 장독대는 제철음식학교 서울 교실 최종 수강생 5분에만 내어주기로 했다. 이들은 내년 장을 담글 때 다섯이서 공평하게 나누고 빈 항아리에 다시 장을 담게 될 것이다. 그 사이 우리 집에서 장을 함께 담갔던 희정은 강화에서 주말살이를 하며 장을 독립했다.


장 담그기는 정말 쉽다. 그러나 그 결과는 실로 놀랍니다. 오늘은 장을 같이 담그며 작년 요맘때 담근 간장

(청장)과 3년 이상 된 간장(진간강)을 비교해 맛을 보았다. 색도 맛도 확연히 다르니 놀랍지 않을 수 없다.


장을 함께 담그고 마무리한 후 마루에 앉아 다음 일정을 상의했다. 올해는 5월 5일 어린이날에 가르기로 했다.  이렇게 또 장으로 식탁 동맹을 또 맺었다.


오른쪽은 작년에 담근 간장, 왼쪽은 3년 이상된 것을 모은 간장.

<장 담그는 법_한말, 메주 4장 기준>

준비물/ 메주 4장(좋은 메주는 수소문해 늦가을에 맞춘다), 항아리 30리터 정도(높이 50cm, 둘레 100cm 정도), 물 20리터, 소금 4kg(한주장소금 기준, 천일염은 4.5kg 정도)

*장 가를 것을 생각하여 준비한 항아리의 반 정도 크기의 작은 항아리도 미리 준비한다.


준비/

메주는 흐르는 물에 빠르게 씻어 물기 뺀다.

항아리는 깨긋하게 씻고 뜨거운 물로 소독한다.


방법/

1. 항아리에 물 20리터, 소금 4kg를 넣고 녹인다.

2. 1)에 메주 넣고 메주가 떠오르지 않도록 대나무 가지 등으로 고정한다. 메주가 물 위로 떠오르면 안된다!

3. 유리 뚜껑을 덮는다. 끝.


*천일염으로 담글 경우 반드시 소금을 녹여 두세 시간이상 두어 소금에 포함된 모래 등의 오염물질을 가라 앉혀야 한다. 천일염은 깨끗해 보여도 이 과정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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