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손님상, 기운 빼지 말고 소박하게 먹는 대로

2021.12.25_밥상도 얼마든지 술상이 가능하다

아침엔 영화 <드라이브 마이카>를 보고 오후엔 판소리극 <달문, 한없이 좋은 사람>을 봤다.


영화를 보고 나오며 휴대폰을 켜니 엊그제 제안한 저녁 초대에 응하겠단 문자가 도착했다. 공연까지 보고 집에 가면 뭔가 특별히 준비할 시간이 없어 간단히 있는 것으로 차리자고 생각했지만 마음은 심란했다. 손님이 오셔서 드시고 나가기 전까지는 늘 전전긍긍한다. 굴 두 봉지, 호박 한 개, 두부 두 모를 사들고 집에 왔다. 레몬 파스타에 안주를 준비할까 하다 밥을 하기로 했다. 남편에게 밥을 할까 한다고 하니 술상으로 괜찮겠냐고 물었다. 나 역시 밥상으로 술상이 가능할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러나 오늘의 손님은 모두 혼자 사는 남자들이라 집밥이 낫겠단 생각이 들었다.


햅쌀로 버섯밥을 짓고 굴을 충분히 넣고 매생이 굴국을 끓였다. 포항초와 콩나물과 무를 데쳐 무치고 김치를 꺼냈다.  손님이 가져오신 새우는 올리브 오일 듬뿍 넣고 볶고 제주 레몬을 얹었다.


밥상을 손님들도 환영하는 눈치였다. 그들도 연일 술로 간을 혹사시킨 상태라 했다. 매생이 굴국은 해장에도 좋으니 그럴만했다. 가장 맛있는 와인을 먼저 마시며 천천히 밥을 먹었고 평생의 질문인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가족 이야기를 꺼내면 늘 가슴 한편이 펑 뚫린 것 같다.


아무튼 오늘의 결론은 밥상도 얼마든지 술상이 될 수 있으니 폼 내려고 손님상에 너무 기운 빼지 않고 우리 먹는 밥에 반찬 한두 가지만 더하자고 다짐했다. 우리 집엔 손님이 잦으니까.


#매생이 굴국 레시피

매생이 굴국을 끓일 때 마늘을 생략했다. 훨씬 낫다.

1. 굴을 들기름에 볶다

2. 물을 붓고

3. 물이 끓으면 매생이를 넣고

4. 간장으로 간하고

5. 먹기 전에 참기름을 얹었다.

손님께서 역시 생매생이가 좋다고 하셨다.


오늘의 손님은 성북동 주민이며 양자 희망자 양 모 배우 겸 감독님과 김 모 책방 주인이며 작가님.


매거진의 이전글 젓갈로 차린 덕적상회표 우리 집 젓갈정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