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통이 등장한 콘서트라니

2021.12.26_연말엔 <아마도 아자람 밴드>의 공연을 본다

by 소행성 쌔비Savvy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였다. 일요일 책 쓰기 워크숍이 있고 저녁에 <아마도 이자람 밴드> 공연을 가야 하는 다소 분주한 날였다. 아침 겸 점심은 휴일 아침에 종종 가는 <안동 할머니 청국장>에서 먹었다. 원래 주인 할머니 대신 그분의 딸과 손녀가 운영을 시작한 후론 홀이 좀 더 소란해졌고 밥과 반찬에 뭔지 모를 기운이 빠진 것 같은데 가격은 올랐다. 그래도 휴일 백반을 먹을 수 있는 흔치 않은 음식점이라 고마울 따름이다.


<아마도 이자람 밴드>를 좋아한다. 밴드라 좋기도 하고 이자람의 시원하고 단단한 보컬이 좋다. 그래서 밴드의 공연이나 소리꾼, 배우 이자람의 공연을 빼놓지 않으려 한다. 5~6년 전부터 연말엔 늘 이 밴드의 공연을 본다. 공연장에 입장하며 안경테가 갑자기 부러져 테이프로 급하게 수습했다. 공연의 제목은 ‘홈’, 무대는 선물 박스와 침실스러운 전등 등으로 꾸며졌고 공연자와 관람자의 드레스 코드는 ‘츄르닝’였다. 내게는 특히 키보드 위에 단정하게 자리 잡은 밥통이 무척 인상적였다. 공연 중에 밥통은 악기로 쓰였고 자연스럽게 밴드는 노래 <밥통>을 불렀다.


<밥통>


우리 집 밥통 안에 밥이 썩어가네

너는 오지 않고 너는 오지 않고

우리 집 밥통 안에 밥이 썩어가네

너는 오지 않고 내 맘은 썩어가네


이 노래가 이렇게 쓸쓸하고 슬픈 노래였다니, 밥통에 담긴 오래된 밥이 실연의 노래였다니. 자주 들었는데 오늘에야 깨달았다. 갑작스러운 이별이었거나 애인이 무슨 일러 삐쳐서 잠수를 탔던 모양이다. 나도 혼자 있을 땐 밥을 잘 차려먹지 않아 결혼 전엔 밥통 안에서 밥이 썩어 곰팡이가 피고 물이 생겼던 적이 종종 있었다. 지금은 밥통이랄 것도 없고 밥이 썩을 시간도 없다.


정신없고 바쁘다는 핑계로 두 끼 모두 외식했다. 어는 때부턴가 이런 날은 속이 썩 편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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