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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친구와 장 담그고 밥 먹기 그리고 우리의 호칭

2022.02.20_혜자 님보다는 혜자 씨가 좋아요

어제에 이어 오늘도 동네 친구의 장 담그기를 도왔다. 세미 씨는 우리가 살았던 전망이 좋았던 성북동 꼭대기 집에 살게 된 인연으로 가깝게 지낸다. 그는 비건이다. 그의 생활은 이런 그의 태도에 맞춰 실천한다. 나는 옛 집에서 이사를 나오며 첫 독립한 그에게 내가 담근 장과 살림살이 몇 가지를 선물로 줬다. 이렇게 맺은 우리 인연이 이제 곧 만 2년이 되어간다. 나의 장을 먹고 우리 집에서 몇 차례 같이 식사를 하며 나는 자연스럽게 그에게 장을 담가 먹으면 생기는 좋은 점을 이야기해 줬다. 그리고 작년 그는 생애 첫 장을 담갔다. 메주 2장으로 장을 담갔고 올해도 작년에 이어 장을 담갔다.


장을 담근 후 그는 나와 같이 간 정옥 씨에게 식사를 대접했다. 나는 작년에 담근 장을 먹어보자고 했다. 장을 담그면서 살짝 찍어 먹어 본 간장은 아직 어린 맛이 나간 했지만 확실히 맛이 좋았다. 그리고 된장은 색도 맛도 기가 막히게 좋았다. 그가 만든 매생이국에 두부부침과 함께 채소를 된장에 찍어 먹었는데 사 먹는 된장에선 느낄 수 없는 순박하지만 진한 맛이 났다. 솔직히 장을 담가 먹어본 적이 없는 사람은 절대 알 수 없는 맛이다. 비건으로 직접 음식을 해 먹는 일이 잦은 세미 씨를 장의 세계로 안내한 것은 정말 잘한 일이라는 막연한 나의 생각에 확신이 들었다.


우린 같이 식사를 하고 신나게 떠들다 세미 씨가 아랫동네에서 볼 일이 생겨 와인 한 병을 챙겨 우리 집으로 내려왔다. 목적은 세미 씨와 정옥 씨의 에니어그램 검사다. 나는 첫 결혼을 이혼으로 마무리하며 2년 여 동안 남자를 만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남편을 만나 연애를 시작하며 조금 더 잘하고 싶어서 자신의 천성을 알고 마음이 건강하지 않은 상태를 깨닫고 사람과의 관계도 더 나아지도록 안내하는 심리검사법 ‘에니어그램’ 심리 검사를 공부했고 강사 자격증을 받았다. 자격증을 받고 당시 애인였던 남편의 에니어그램 검사를 했고 나와 여러 면에서 많이 다른 사람이란 점을 알았다. 이렇게 남편에 대해 알게 된 게 지금도 우리 관계에 많은 도움을 준다.


세미 씨와 정옥 씨의 에니어그램 검사가 끝나자 우린 갑자기 허기를 느꼈고 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백김치 반찬에 두 가지 파스타로 저녁을 같이 먹었다. 첫 번째는 레몬 파스타 두 번째는 토마토 파스타. 면 500그램을 삶아 셋이서 두 가지 파스타를 맛있게 먹고 남은 수다를 이었다. 맨 얼굴에 되는대로 편하게 옷을 입고 만나 격식을 갖추지 않고 식사를 차려 먹으며 먹고사는 것부터 환경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다. 장소는 우리 중 누군가의 집이다. 이것은 동네 친구와 나눌 수 있는 특권이다.


우리는 나이 차이가 나지만 동네 친구들끼이 서로 존대하며 ~~ 씨라고 부른다. 누군가 나에게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언니라 부르면 그 순간부터 우리 관계는 한쪽으로 기울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사람들이 내게 ‘혜자 씨’라고 부르면 참 좋고 나도 누군가의 이름 뒤에 씨를 붙여 부르면 호감도가 상승되며 다정하게 느껴져 좋다. 어떤 사람은 ~~ 씨라고 부르면 하대하는 것이라지만 아니다. 국어사전에는 씨를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씨氏

1. 성 또는 이름 뒤에 쓰여, 그 사람을 대접하여 가리키거나 부르는 말 2. 같은 성의 계통을 표시하는 말 3.‘그 사람’을 높여 이르는 말”


온라인 채팅에서 시작되어 한 기업에서 상호 존중한다며 이름 뒤에 ‘님’을 붙여 부르며 이 문화가 확대되며 방송에서도 ~~ 님이란 표현을 쓰는데 나는 이 ‘~~ 님’이 다소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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