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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나물 무침, 마늘을 좀 줄여보세요

2022.03.06_냉이 나물의 허무 지수는 상

지난주 일요일에 밥을 하고 일주일 만에 밥을 지었다. 너무 귀찮아 일주일 만에 집에 오는 남편에게 나가서 먹자고 하고 싶었지만 마음을 고쳐 먹고 밥을 지었다. 김치찌개를 끓이고, 표고버섯밥을 짓고, 냉이를 무쳤다.


나물이란 식재료는 참 허무하다. 제법 많을 양을 사서 먹는 시간보다 열 배 스무 배 시간을 들여 손질해서 무치면 양은 1/10로 줄고 먹는 데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밥상에 나물 무침 한 가지가 오르면 꽤 신경 쓴 차림 같아 뿌듯하다.


나물에게 허무 지수를 메긴다면 냉이는 상급에 속한다. 흙속에 깊게 박혔던 긴 뿌리를 손질하려면 하나하나 정성을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시간도 무척 오래 걸린다. 그래도 오늘은 냉이 한뿌리 한뿌리 정성껏 다듬고 소금물에 데친 후 무쳤다. 역시 제법 시간을 들여 손질한 냉이는 딱 한 번 먹을 분량였다.


나는 나물 특히 봄나물을 무칠 땐 가급적 마늘을 사용하지 않는다. 쓰더라도 아주 조금만 쓴다. 마늘의 강한 향이 나물 나름의 향과 맛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양념도 최소로 한다. 우리 집 반찬이야 양념이라야 간장과 된장이 다 이긴 하지만 말이다. 오늘 냉이는 파의 흰 부분을 곱게 다지고 약간의 간장으로 냉이에 간을 입히고 된장으로 무친 후 들기름을 조금 넣어 마무리했다. 깨소금을 뿌렸는데 뿌리지 말았어야 했다.


봄나물은 간장과 된장 향이 강한 참기름 대신 들기름을 사용하고 마늘 사용을 제한해 보자. 마늘 뒤에 숨어있던 나물 향이 짜잔! 하고 정체를 밝힐 것이다.


봄이다. 시금치가 물러난 자리에 냉이, 두릅, 엄나무순, 머위, 명이 등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한 나물이 등장한다. 양껏 많이 자주 먹어야겠다. 다음 주에 남편이 올라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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