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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손님에겐 봄나물로 밥상을 차려 낸다

2022.03.24_손님의 예의

나물 요리란 게 참 허망하다. 한 시간을 다듬고 요리하면 고작 한 줌. 그래도 포기할 수 없다.


우리 집 만들어주신 임정희 목수님은 일 년에  차례씩 집을 점검해 주신다. 올해도  가지 자잘한 나의 요청을 확인하고 해결해 주시러 신다고 하셔서 식사를 같이 하자 했다. 고기를 좋아하시는 분이라 잠깐 고민을 했지만 우리 집 규칙에 따르기로 했다. 우리 집 규칙은 ‘집에서 고기 요리는 물론 먹지 않는다’이다. 나물을 무치고 생선을 굽고 매생이 굴국을 끓이고 시래기밥과 달래장 하기로 했다. 예상대로 나물 손질에 많은 시간이 걸렸다.


평소 시간 약속을 잘 지키시는 분이라 점심시간 맞춰 부산을 떨었다. 그런데 아뿔싸! 시간이 다 되어 20분쯤 늦으실 것 같단 연락이 왔다. 설계사가 갑자기 방문했다는 것이다.


 하필 시간  맞춰 따듯할  먹어야 하는 음식, 그것도 데우면 음식 맛이  떨어지는 메뉴를 준비했다.  생선구이, 시래기 솥밥 거기에 매생이 굴국. 그나마 매생이를 넣지 않아 다행이라고 여기며 늦는다는 시간에 맞춰 매생이를 넣었다. 오시기로  손님오시지 않아 연락을 하니 이제야 출발하신단다. 애써 준비한 음식을 맛있게 먹지 못하게 되는 것에 화가 났다.

 

목수님은 결국 약속했던 시간보다 한 시간 정도 늦게 도착하셨다. 내 성격을 알고 본인도 약속을 잘 지키시는 분이라 오셔서 어쩔 줄 몰라하셨다. 미안함 때문인지 목수님은 다소 식었지만 식사를 맛있게 하셨다. 시래기밥에 달래장을 넣어 쓱쓱 비벼 드셨다. 그 모습에 내 마음도 누그러들었다.


손님 초대를 좋아하지만 내가 정말 싫어하는  있다.  식사 약속을 하고  시간을 지키지 않는 것이다. 손님을 초대한 사람은 노련하지 않은 솜씨로 나름대로 최선의 맛을 내도록 시뮬레이션을 하며 준비한다. 손님이 늦으면 준비한 사람은 ‘아, 망했다’라는 생각을 한다. 특히 여럿이 모이는 자리에 ‘난 조금 늦으니 먹고 있어’라는 손님이 있으면 음식 준배를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릿속이 하얗게 된다. 준비 음식이 한식이면 그야말로 ‘대략 난감’이다. 우리 음식은 코스가 아니라 한상차림이라 먹어야 할 타이밍이 중요하고 분배가 애매하기 때문이다.


손님이 늦으시면 남편은 괜히 내게 손님 초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에 대한 교육을 받는다.

첫째, 시간을 지킬 것

둘째, 오지랖 부리며 초대하지 않은 누군가를 데려가지 말 것

셋째, 빈손으로 가지 말 것


목수님께서 맛있게 드셔서 오늘 초대는 그런대로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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