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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와 김밥 그리고 길티 푸드

2022.03.29_오늘의 하루

1. 남편이 일찍 움직이는 날이다. 아침을 챙기지 않아도 괜찮다고 했지만 일어나 아침을 했다. 문득 김밥이 너무 먹고 싶었다. 그래서 김밥을 말았다. 고수와 루꼴라를 넣었다. 김밥의 핵심은 잘 지은 밥과 속재료가 잘 어울리며 동시에 특성이 드러나야 하고 특별한 한방이 있어야 한다. 보통은 그 한방을 담당하는 것은 단무지다. 깻잎을 넣으면 깻잎이 그 역할을 담당한다. 오늘 내 김밥은 고수와 루꼴라가 그 역할을 했다. 그런데 고수와 루꼴라에 어떤 간도 안 했더니 모든 재료에 적절하게 간이 되었음에도 살짝 부족함이 느껴졌다. 김밥, 먹는 것은 순간이지만 참 어려운 음식이다. 심지어 나는 아직도 김밥을 잘 말지 못한다.


2. 코로나에 확진되었다는 소식에 박재희 선생님께서 딸기를 보내주셨다. 카카오톡 선물 기능을 통해 보내주셨는데 얼마나 귀하고 인기 있는 상품인지 주소를 등록하고도 여러 날이 지나 도착했다. 플라스틱과 스티로폼 그리고 다시 단단한 종이박스로 싸인 딸기는 귀한 몸임을 과시했다. 딸기 박스 안엔 세척법, 먹는 법을 적은 안내문도 들었다. 보관이나 세척할 때 꼭지를 따지 말고 먹기 직전에 따서 꼭지가 붙었던 부분부터 먹으라고 했다. 그래서 그렇게 먹었고 맛있었다.


내 기억의 첫 딸기는 대여섯 살, 큰 고모의 펫으로 지내던 때 고모와 고모 친구들을 따라갔던 딸기밭의 딸기다. 막 짧은 소매 옷을 입기 시작한 때였고 고모와 고모 친구들은 딸기밭에서 매우 신나게 놀았고 나는 덩달아 즐거웠다. 그때 딸기는 살짝 더워지기 시작하면 제철였는데 요즘 딸기는 더워지기 시작하면 끝이 난다.


3. 날씨가 너무 좋아 원고 쓰러 간다는 남편을 꼬셔 대학로에 갔다. 동양 서림에 들러 김서령 작가의 <외로운 사람끼리 배추적을 먹었다>를 샀다. 간식을 먹으려 다니던 떡볶이집에 갔는데 이전 안내가 붙어하는 수 없이 맞은편 림스 치킨에 가서 김치 쫄면에 맥주를 마셨다. 이 음식엔 엄청난 양의 조미료가 들어서 먹고 나면 물이 계속 마시고 싶지만 종종 이 맛이 그립다. 그런 것 보면 분명한 나의 길티 푸드다.


4. 내일 CT촬영이 예정되어 밤 11시에 다시 딸기를 먹는 것으로 하루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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