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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 말아먹고 연극 두 편 본 토요일

2022. 04.16

냉장고에 포장을 뜯은 우엉과 단무지가 오랫동안 있었다. 김밥을 싸고 남은 것이다. 판매되는 김밥 재료는 대체로 10줄을 쌀 정도로 포장되었다. 김밥용 김도 10장, 단무지와 우엉도 그 정도는 만들어야 재료를 다 사용할 수 있다. 그러니 김밥을 싸 먹겠다고 재료를 사면 매번 재료가 남아 연속해서 김밥을 만다. 오늘도 그래서 만든 김밥이다.


오늘의 김밥 재료는 각종 채소. 영양 부추, 샐러리는 데쳐서 소금을 뿌려 간하고 경수채는 밥 위에 까는 용도로 사용했다. 습관처럼 넣었던 햄과 맛살이 빠진 자리를 더 다양한 채소로 채웠다. 김밥은 밥을 비롯한 모든 재료의 간이 적절하게 잘 어울리는 동시에 이 재료들이 자기 색을 잃지 않아야 맛있다. 모든 재료가 합해져 한입에 들어가서 씹힐 때도 각각의 역할을 해야 하고 먹는 사람은 그것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단무지와 우엉이 씹는 맛을 즐길 수 있는 식감과 맛의 간을 잡는다면 어묵과 계란은 밥과 단무지 사이의 거리를 좁힌다.

사실 이런 것은 어떻게든 구라를 치려는 내 심정이고 참기름 팍팍 넣어 비빈 후 각종 짭짤한 재료를 넣고 한 입에 먹으면 뭐든 맛이 없겠냐?


김밥 6줄을 말아 혜민 씨까지 셋이 앉아 5줄을 먹고 행복한 토요일 아침이다.


오후와 저녁엔 두 편의 중국 희곡 <찻집>과 <조조와 양수>를 보았다. 특히 중국 서민의 삶을 투영한 <찻집>은 꼭 본 공연이 만들어졌으면 한다. 선물 받은 쿠폰을 사용하려 아웃백 스테이크 하우스에서 간단히 먹은 저녁은 잘 소화가 되지 않았다. 슬럼 같던 명동에 아주 조금 활기가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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