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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 혁명의 시작, 소행성의 장 가르기

2022.04.20_곡우, 밥상을 위한 단비 간장과 된장

나는 확신한다. 장을 담그면 밥상에 혁명이 일어난다.

2016년 아파트 베란다에서 시작한 나의 장 담그기가 어느새 7년 차에 접어든다. 그리고 나로 인해 장 담그기를 시작한 사람, 그러니까 우리 집 장독대를 빌려 나와 같이 장 담거나 나의 전도로 장을 담그기 시작한 사람은 족히 열 명은 넘는다. 누군가 내게 음식과 관련해 가장 잘한 일이 무엇이냐 물으면 나는 주저 없이 ‘장을 스스로 담그는 것’이라 답할 것이다.


오늘은 우리 집 장 가르기를 했다. 올해 장은 2월 22일에 담갔다. 음력 정월에 장을 담그면, 장 담그고 대략 60일 전후로 가른다. 가른다는 것은 소금물에 담겼던 메주를 꺼내 남은 물은 간장으로, 꺼낸 메주는 부숴 된장으로 분리하는 것이다. 그러니 누군가 ‘장을 담근다’고 하면 간장과 된장을 담근다고 이해하면 된다. 간장과 된장은 한 항아리에서 출생하기 때문이다.


제철음식학교 서울 교실 수강생들과 함께 장을 담갔다. 음식 수업은 계속하지 않지만 장은 같이 담그기로 했다. 수강생들은 총 세 말 장 담갔다. 가르고 보니 간장은 35리터 항아리에 가득, 된장은 35리터 항아리에 반쯤 찼다. 이 장은 내가 한 해 동안 잘 보살피고 내년 장을 담글 때 나눠 가져 갈 예정이다. 나의 장도 수강생 분들이 갈라주셨다. 혼자 했으면 고될 일인데 같이 하니 순식간에 끝났다. 이제 해와 바람이 이 장을 맛있게 익혀 줄 것이다.


장이 가져오는 밥상의 혁명은 간장 맛을 아는 데 있다. 좋은 간장 맛을 알게 되면 각종 화학조미료를 자연스럽게 걸 사용하게 된다. 어디 그뿐인가? 자신만의 맛이 생긴다. 이를테면 나는 이제 웬만한 음식점의 된장찌개나 나물 무침을 먹고 싶어 하지 않는다. 내 장으로 만든 음식이 충분히 맛있기 때문이다. 간장 된장을 사 먹고 버리는 쓰레기 배출도 줄어든다. 무엇보다 발효된 시간에 따라 변하는 장 맛을 알게 되는 것도 즐겁다.


나는 아끼고 귀하게 여기는 분에게 내가 만든 장을 선물한다. 받으시는 분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내가 드리는 최고의 선물이다. 내 혁명이 그에게 닿길 바라는 마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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