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마당의 계절

2022.04.24_

마당의 계절이다. 춥지 않고 모기가 나오기 전 바로 요맘때. 물론 모기가 나와도 괜찮지만 다소 귀찮다. 올봄 마당 시즌이 열렸다. 손님 오실 약속이 생기면 메뉴를 짠다. 고기를 먹지 않는 것은 손님에게도 적용된다.


오늘 메뉴는 민들레 겉절이, 가죽나물전, 장어구이, 바지락 술찜 그리고 김치밥으로 짰다. 한식으로 손님상 차리기는 생각보다 어렵다. 특히 고기를 빼고 메뉴를 짜자면 그 어려움은 배가된다. 고기를 빼고 오신 손님도 잘 먹었다는 생각을 갖게 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종종 선택하는 게 장어나 문어다. 오늘도 경동시장에 가서 장어 2kg과 바지락 만 원어치를 샀다. 청량리 시장엔 봄나물과 채소가 지천였다. 좋은 가죽나물은 고깃값만큼 비쌌다. 민들레는 거의 거저로 샀다.


나물을 손질하고 마당에 테이블을 펴고 파티를 준비했다. 준비는 힘들지만 같이 먹고 마시는 시간이 즐거워 손님 초대를 포기할 수 없다. 오늘 손님은 오마이뉴스 이한기 국장, <좌파 고양이>와 <너, 뭐 먹고 살쪘니>의 김봄 작가, 대학로 주점 <두두> 박민우 대표님과 손님방 혜민 씨였다. 이한기 국장님은 위스키 제임슨과 닭갈비를, 김봄 작가님은 수정방과 와인, 직접 담근 김치와 피클을, 박민우 대표님은 와인과 전통주 그르고 스콘을, 혜민 씨는 와인을 들고 파티에 참석했다. 날씨까지 좋았다. 오늘은 나도 부엌에 서있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테이블에서 직접 음식을 하기로 했다. 특히 박민우 대표께서 전도 부쳐주시고 장어도 구워 주셔서 내 일이 줄었다. 앞으로도 테이블에서 조리할 수 있는 음식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사람을 불러 마당에서 먹고 마시는 일을 포기하기는 정말 어렵다.

매거진의 이전글 지구의 날, 다시 나의 밥상을 돌아본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