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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라이어티 한 결혼기념일 하루

2022.05.25

2013년 5월 25일에 결혼식을 올렸다. 이미 그 전해 8월부터 동거했고, 혼인신고는 결혼한 해 2월 13일에 했다. 부부가 되는 절차 중 결혼식이 가장 나중에 치른 이벤트다. 결혼식은 흥겨웠고 우린 하와이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9년이 지난 오늘 하와이에 사는 레이첼을 서울서 만났다. 레이첼이 잠시 한국에 왔고 우린 오늘 잠깐 얼굴을 보았다. 우리의 허니문의 도시에서 온 레이첼을 결혼기념일에 서울서 만났다니 그것만으로도 좋았다.


우리 부부는 무척 분주하고 행복하고 즐겁고 다채로운 하루를 보냈다.

점심엔 평소 다니는 로사 선생님의 파스타 요리 수업에 남편과 같이 갔다. 남편은 열심히 메모를 하며 꼭 한번 스스로 음식을 하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먹는 일에 더 집중하고 열심이었다. 결혼기념일의 만찬으로 전혀 부족하지 않았다.


집으로 오는 길엔 레이첼을 만났다. 9년간의 시간이 무색하게 우린 즐겁고 사사로운 이야기를 나눴다. 10주년엔 꼭 다시 하와이를 가고 싶다. 레이첼의 일을 한 가지 처리해주고 집에 돌아왔다.


어느새 저녁 시간.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 동네 단골 식당 <덴뿌라>에 가기로 하고, 동네 친구들도 꼬셔서 같이 먹을 수 있을까 하여 <책보냥>에 들렀다. 대영 씨는 저녁 약속이 있고 마침 같이 있던 양 감독은 일을 더 해야 한다고 하여 우리 부부만 갔다. 오징어볶음과 어묵탕을 소주 두 병과 먹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집 앞 음식점에서 이지송 감독님을 뵙고 인사를 드리니 같이 자리를 하자고 하셨다. 잠깐 이지송 감독님 일행(설치 작가, 첼리스트, 문화 칼럼니스트 등)과 자리를 하다 그 일행에게 우리 집으로 가자 하여 우리 집에서 작은 파티를 했다. 이지송 감독님이 멋있는 이유는 젊은 마음, 열린 태도 때문이다.


그 사이 양 감독의 문자가 도착해 이지송 감독님 일행들이 떠나고 우린 김치를 싸들고 양 감독에게 가서 막걸리를 한 잔 마시며 수다를 떨다 집으로 왔다.


하루 동안 너무 많은 일이 있었고 그 일이 모두 즐거워서 우리 부부는 정말 행복한 하루였다고, 우린 참 즐겁게 산다고 뿌듯해하며 결혼기념일 하루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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