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엔 무주 산골영화제에 가야 한다

2022.06.02

by 소행성 쌔비Savvy

전라도에선 ‘무진장’이란 말을 종종 사용한다. 굳이 표준어로 한다면 ‘무척, 매우’ 정도 일 것이다. 무진장은 무주, 진안, 장수의 앞 글자만 딴 것이다. 이 지역은 전라도 지역에서도 오지로 사람들이 쉽게 가지 못하던 지역였다. 나 역시도 잘 찾지 않은 곳이다. 이 중 덕유산과 구천동 계곡으로 이름 난 무주에선 초여름에 매년 영화제가 열린다. ‘무주산골영화제, 올해로 10년째다. 2회째부터 개막식 사회를 보는 김혜나 배우의 배려로 영화제에 왔다. 덕분에 무주라는 도시에 왔다.


개막식 사회를 보는 김혜나 배우와 개막작 1930년데 무성영화 <청춘의 십자로>

무주는 남부터미널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3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 비교적 가까운 곳에 있었다. 도착해서 찾은 것은 역시 음식점. 관광안내소에서 음식점을 물으니 음식점이 많은 지역을 일러준다. 그런데 배가 너무 고픈 우리 부부는 지도 서비스에서 리뷰가 많고 가까운 음식점을 찾았다. 심지어 성공적이었다.


우리의 선택은 두부. 메뉴판에 쓰인 ‘두부 짜박이’란 단어를 보고 국물이 자박한 매콤한 찌개일 것이란 감이 왔다. 그리고 메뉴판 아래 작은 글씨로 쓰인 ‘김치는 직접 담금니다’란 말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두부 짜박이엔 고기가 들어간단다. 고기를 빼 달라니 맛이 좀 덜하겠지만 그렇게 해주시겠단다. 차려진 반찬은 어느 음식점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구성였다. 그래도 직접 담근 김치와 깍두기 맛은 달랐다.


남편은 술이 한 잔 마시고 싶은 눈치다. 소주 대신 이 동네의 막걸리 ‘천설주’를 주문했다. 막걸리 맛은 평범했다. 천마가 들었다지만 2%의 천마로 맛이 달라지진 않을 테니 당연했다. 찌개 맛도 평범했다. 그러나 조미료 맛이 높지 않아 그것이 더 매력적였다. 두부가 더 먹고 싶은 우린 모두부도 하나 시켜먹었다. 우리가 먹는 것을 물끄러미 보시던 옆 테이블의 아저씨가 조심스럽게 어디서 왔냐, 언제까지 있냐 물으시고 올라가기 전에 <금강식당>에 가서 꼭 어죽을 맛보라 하셨다. 내일 메뉴는 어죽 당첨이다.


점심을 먹고 카페에 앉아 나는 커피를 마시고 남편은 원고를 썼다. 혜나와 윤상 커플이 오고 영화제 리허설이 시작되었다. 혜나와 같이 사회를 보는 박철민 배우에게 인사도 하고 개막식을 보러 자리를 옮겼다.


무주산골영화제로 극장 하나 없던 작은 도시에 비록 작은 규모지만 상영관이 생기고 매년 초여름엔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 사방에 등나무 그늘이 드리워진 등나무운동장이 메인 스테이지고 주변의 체육관이나 문화관들이 부대시설이다. 작지만 구성이 좋다. 등나무운동장에서 박주원 기타리스트의 연주와 말로의 개막 공연 후엔 개막작이 상영되었다. 1930년대 만들어진 무성영화 <청춘의 십자로>다. 변사는 조희봉 배우. 조희봉 배우는 내가 아는 한 멋지게 다역을 소화해 내는 최고의 변사다. 운동장에서 상영되는 흑백의 무성영화도 하늘의 북두칠성과 초승달도 근사하게 어우러진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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