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9.07
9일부터 추석 연휴다. 명절을 챙기지 않는 나에게도 선물 상자가 도착한다. 챙기지 못하고 살아서인지 선물을 받으면 미안한 마음이 더 크다. 받는 것보다는 주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이동원 PD로부터 다급한 연락이 왔다. 다짜고짜 오후에 뭐하냔 질문였다. 반가운 사람에게 연락이 오면 있던 계획도 사라지는 게 인지상정. 인덕션 상판 교체 약속이 있었으나 미룰 수 있는 일이어서 별일 없다고 하니 뮤지컬 <킹키부츠>를 보라고 했다. 표를 사뒀는데 급한 회의가 잡혀 볼 수 없다며. 관심을 갖던 공연은 아니지만 워낙 롱런하고 호감 있는 배우 김호영 캐스팅이라니 덥석 오케이 했다. 라이선스 뮤지컬은 티켓 값이 장난 아니란 생각은 그 후에 들었다.
<킹키부츠>는 재미있었고 갑작스럽게 투입되었다는 찰스 역의 김호영 배우의 연기는 훌륭했다. 뮤지컬 퍼포먼스의 상당 부분을 좌우하는 룰루 역의 최재림 배우는 춤 노래 연기 그리고 신체적인 조건까지 무대 공연에 최적화였다.
충무아트센터에서 공연을 보고 끝난 후 신당동 즉석 떡볶이 타운으로 가서 떡볶이를 먹을까 잠시 망설이다 신당동 중앙시장으로 갔다. 시장 안의 유명한 어묵집에서 생선구이와 어묵을 시키고 생맥주를 마시는데 남편 낯빛이 어두웠다. 이유를 물으니 갑자기 알 수 없는 복잡한 생각이 들고 걱정이 몰려와서 그런다며 거의 울듯한 표정으로 답을 했다. 그 마음이 무엇인지 알기에 ‘걱정 마. 당신에겐 기댈 아내가 있잖아.’라고 호기롭게 말하며 맥주잔을 부딪쳤다.
명절 즈음 나는 몹시 기분이 좋지 않다. 명절과 관련해 좋은 기억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남편은 나와 같진 않으나 명절을 썩 반기지 않는다. 가족과 관련한 좋은 기억의 부재 때문일 수 있다. 나는 명절이면 사이도 좋지 않은 가족들이 모여 억지로 덕담을 하다 끝내 철부지 고모 삼촌의 패악질과 할머니의 가시 박힌 힐난을 들어야 했고 모든 노동은 나의 엄마만 감당했던 그 시간들이 참 싫었다. 나의 이런 감정과 관계없이 다른 사람들은 다 풍요롭고 행복한 것 같아 더 쓸쓸한 날이 명절 즈음이다.
결혼 후엔 남편과 평안해서 그나마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명절의 우울 따윈 멀리 던지고 잘 지내보자.